말을 사랑한 소녀, 말 전문 기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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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말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알고 지내온 모든 이들은 날 ‘말 좋아하는 소녀’로 기억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말수민’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최근에 우연히 길을 걷다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날 보고 “아, 그때 말 좋아하는 아아”라며 반가워할 정도로 내 인생에서 말은 중요한 존재다.

말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 미국 텍사스에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족과 함께 숲으로 외승을 나갔는데 그때부터 말타기를 좋아했다. 5살 아이가 혼자 말을 탄다는 게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일 수가 있는데 아버지 말씀으로는 겁도 없이 엄청 즐거워했다고 한다. 텍사스 하면 떠오는 게 카우보이고, 여기서는 말과 관련된 인형, 피규어, 엽서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말과 친숙해졌다. 부모님께서 선물을 주실 때마다 말과 관련된 것들을 주셔서 지금 내 방에는 20년 넘은 말 인형, 엽서, 피규어들이 많다.

대학교 재학시절 말이 보고 싶어 무작정 전북 장수목장을 놀러 갔다. 졸업반인 4학년 때라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 말들을 보고 있으니 말과 함께하는 직업을 갖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과 함께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봤다. 말 조련사, 장제사, 재활승마지도사, 승마선수 등 몇 가지 직업군을 알게 됐다. 그렇지만 승마를 전문적으로 직접 배운 적이 없어 막막한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전주기전대학 재활승마과를 알게 됐고, 4년제 대학 졸업 후 새롭게 전주기전대에 진학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말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어서 즐거웠다. 또 이론공부도 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학교생활을 했다. 기승 훈련도 매일매일 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2014년 겨울, ‘토미’라는 말을 타다가 낙마 사고를 겪었다. 이 녀석은 속보나 구보를 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리는 습성이 있는 녀석이었다. 이 낙마 사고로 치골, 골반 쪽 뼈가 골절을 당했다. 3개월간 회복을 하고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승마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지만, 미리 합격한 스포츠지도사 3급과 재활승마 3급 실기시험을 위해 열심히 탔다. 그런데 또 낙마 사고를 겪게 됐다. 쇄골이 골절되고, 철심을 박는 수술까지 받았다. 두 번의 사고로 기전대학 중퇴를 결정하게 됐다.

말이 들어간 액세서리를 만드는 카페를 주제로 기전대학 창업대회에 참가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말을 알리고 싶은 취지였다. 창업대회에 입상해 실제로 전주 한옥마을에 공방을 차렸다. 2015년 한 해 동안 공방에서 작업을 했고, 2016년에는 공방 계약이 끝나 온라인으로만 말찌를 만들어 판매했다. 말이 들어간 액세서리이다 보니 승마하는 사람들, 경마 기수, 승마학교 학생 등 말산업계 사람들이 주로 찾았다. 물론 일반인도 좋아했다.

말과 관련된 사업을 하다 보니 좋은 기회들도 생겼다. 2015년 겨울에는 발안바이오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말찌를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말을 직접 관리하고 타는 학생들은 자신만의 말찌를 갖게 돼 무척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말찌와 관련한 에피소드도 있다. 2년간 말찌 공방을 운영하면서 보면 단순히 말을 좋아하는 사람부터 승마교관, 경마 기수, 조교사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말찌를 구매했다. 최근 가장 기억 남는 사람은 김진경 승마선수다. 김진경 선수는 2015년 제1회 전주기전대학총장배 전국장애인선수권대회 마장마술 부문에서 우승한 선수로 제주한라대에 만학도로 입학한 선수였다. 우연히 전주에 여행을 와서 말찌를 보고는 학교에서 도움을 줬던 동기, 교수님들께 말찌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찌 30개를 사갔다. 말찌를 만드는 동안 김진경 선수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말찌와 함께 보낼 편지를 썼다. 시력 때문에 직접 글을 쓰는 게 어려워 함께 온 일행이 글을 받아 적었는데 그 내용을 듣고 있으니 내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말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알리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말산업 전문 기자를 뽑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용기를 내 지원해봤다.

말산업 전문 매체인 레이싱미디어 입사를 위해 면접을 준비하면서 많은 걱정이 앞섰다. 말에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글 쓰는 능력은 많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종 면접에서 ‘고삐’에 대한 주제로 자유로운 글을 써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동안 내가 직접 말을 타면서 배운 것들로 종이 두 쪽을 채웠다. 며칠 뒤 합격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설레는 입사 첫날, 낯설지만 한편으론 설렜다. 모든 업무 내용이 ‘말’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경마뿐 아니라 승마, 기타 말산업 분야까지. 정말 기쁘다.

※본 기사는 박수민 기자의 자기 소개를 바탕으로 재작성된 것임.

▲어려서부터 말을 사랑한 소녀는 커서 말산업 전문 기자가 됩니다. 박수민 레이싱미디어 공개 10기 기자.

황인성 기자(gomtiger@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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