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에서 피어난 더비의 꿈, 엡섬더비

엡섬은 런던 남쪽 약 27km 서레이주에 위치해 있는 경마장이다.
세계의 수많은 더비 가운데서 최초이자 최고를 자랑하는 엡섬더비가 바로 이곳에서 매년 6월에 열린다.
엡섬더비는 1780년 에드워드 스미스 스탕레(제12대 더비경)에 의해 창설된 역사와 전통의 경주. 그러나 사실 영국의 5대 클래식 경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경주라고 볼 수는 없다.
1776년에 창설된 세인트레저, 1779년에 처음 열린 오크스 등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영국의 5대 클래식 경주를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세인트레저와 오크스를 비롯해 더비, 2000기니, 1000기니 등이 있다.
결국 가장 오래된 경주는 세인트레저 대좌에 의해 만들어진 세인트레저 스테익스와 더비경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창설된 암말 경주 오크스라고 할 수 있는 것.
하지만 더비는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존하는 5대 클래식 가운데 유달리 빛나는 최고의 레이스다.
더비는 매년 6월 첫째주 수요일에 열렸으나 올 해에는 6월 둘째주 토요일로 개최일을 바꿔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도 6월 10일에 평지, 2400m레이스로 펼쳐질 예정이다.
더비가 열리는 날이면 엡섬 경마장이 있는 이곳 서레이주 시민들은 물론 영국 전역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세계 제1차 대전 중 4년간, 2차 대전 중 6년간은 경마의 본고장 뉴마켓으로 옮겨지기는 했으나 더비는 창설이래 220여년간 단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시행돼 왔다.
더비의 거리는 최초 4년간 1마일(1600m)로 열렸다. 그러나 1784년부터 1과 1/2마일(2400m)로 변경, 지금까지 장거리 레이스에서 우수한 3세마들이 자웅을 겨루는 무대가 돼왔다.
영국의 근대화와 맞물려 성장해 온 엡섬 더비는 이제 영국민만의 축제가 아닌 전 세계 경마인들의 축제로 발돋움한 것이다.
올 해로 221회를 맞이한 엡섬더비는 오는 6월 10일 이곳 엡섬다운즈 경마장에서 최고의 3세마를 가리기 위해 화려한 개막을 갖는다.
전세계 경마팬들이 엡섬을 주목하는 이유는 더비와 더불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오크스도 바로 하루전인 6월 9일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
연간 10일에도 못미치는 경마시행에도 불구하고 엡섬은 세계 최고의 경마축제지임에 분명하다.
또한 오랜 전통 속에 니진스키, 로베르토, 람타라 등 명마들을 꾸준히 배출, 명실상부한 등용문으로 평가받는다.
올 해로 3회째를 맞는 코리안더비의 미래는 바로 엡섬에 있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엡섬 다운즈 경마장의 코스는…

·가늘고 길게 늘어선 말편자형
·좌회전 잔디주로
·더비 2400m코스는 출발에서 최초 1/2마일(800m)이 완만한 언덕, 올라운 지점에서 1/3마일은 거의 수평으로 좌회전, 그 후 최종 코스를 돌아 직선주로 진입
·직선주로는 험한 오르막으로 형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