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팬컵 우승마 ‘스페셜위크’는 코차이로 아쉬운 준우승
지난해 12월 26일 일본 나카야마 경마장에서 열린 제44회 아리마 기념경주에서는 미국산 ‘그래스원더’(Grass Wonder)가 98년에 이어 또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그랑프리 격인 이번 대회에는 3세 이상마에게 출전권이 부여되는 마령 레이스로 펼쳐졌고, 총 15두의 마필이 출전해서 2500m를 터프주로(잔디)에서 겨뤘다. 총 상금은 2억5천5백82만엔(부가상금 포함)으로 환율로 계산하면 약 28억원이다.
그중 1억3천2백만엔(부가상금 3천2백34만엔)을 거머쥔 우승마는 ‘그래스원더’(기수: 히토시 마토바)로 3코너까지 최하위권에서 기회를 엿보다 성큼성큼 선두로 나섰고 끝까지 준우승마인 ‘스페셜위크’(Special Week)와 치열한 경합을 펼친 끝에 코차이로 극적인 승리를 지켜냈다.
지난 저팬컵 우승마로 관심을 모았던 ‘스페셜위크’(기수: 유타카 타케)는 ‘그래스원더’의 바로 뒤에서 경주를 전개해 막판 역전을 도모했으나 2위로 아쉬움을 남겼다.
일본 리딩사이어를 5년 연속 차지하고 있는 ‘선데이사일런스’의 자마이기도 한 ‘스페셜위크’의 유타카 타케 기수는 역전에 성공한 듯 손을 번쩍 들고 관중들에게 답례하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한편 3위부터 5위까지도 별다른 거리차없이 속속들이 골인해 이날 나카야마 경마장을 찾은 15만여 관중들을 환호하게 했다.
인기 순위 1위인 ‘그래스원더’와 2위인 ‘스페셜위크’의 동반 입상으로 복승식 배당은 최저 배당인 4.4배였고, 이번 대회의 총 매출액은 무려 7백32억8천5백71만엔(약 8천1백34억원)으로 이날 전체 매출액의 80%를 상회했다. 총 입장객은 14만8천1백56명.

아리마 기념경주 관전기
일본 경마팬들의 수준 높은 질서 의식
경마에 대한 일본인들의 의미는 남다르다.
특히 아리마기념배(G1)로 불리는 그랑프리에 대한 의미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능가할 정도로 온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TV와 일간지, 스포츠지 할 것 없이 일주일전부터 아리마기념배의 출전마들에 대한 예상과 상태를 보도하는 특집방송이 연일 이어지고 특히 신문의 경우는 일주일 내내 1면에 보도할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
아리마기념배가 치러질 중산경마장의 입장권(200엔)은 전날 거의 매진이 되고 당일에 판매되는 좌석표를 사기 위해 수 천명의 경마팬들은 모포를 가지고 경주전일 중산경마장 지하층에서 밤을 세울 정도의 열정을 보인다.
올해 아리마기념배의 최대 관심사는 98년 아리마기념배 우승마인 ‘그래스원더’(수,5세)가 저팬컵(G1)우승의 강력한 상대마인 ‘스페셜위크’(수,5세)의 도전을 뿌리치고 2연패를 달성할 것인가에 모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욱이 98년 아리마기념배 준우승마인 ‘메지로브라이트’(수,6세), 떠오르는 신예 ‘티엠오페라오’(수,4세)등의 쟁쟁한 적수들이 포진하고  있어 우승을 낙관할 수 없는 혼전의 경주로 예측되고 있다.
드디어 경주마들이 주로에 출장하면서 15만의 입장객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경주마에 열열한 환호를 보냈고 특히 전년도 챔피언인 ‘그래스원더’는 가장 늦게 경주로에 나서면서 모든 입장객의 박수속에서 천천히 게이트로 향하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다.
경주로 한바퀴 반을 도는 2500m 레이스, 출발과 동시에 일제히 내달리는 준족들, 입상후보들은 모두 하위권에서 몸싸움 없이 자리를 잡는다. 제일 후미에 ‘스페셜위크’, 바로 앞에 ‘메지로브라이트’, 외곽으로 ‘그래스원더’, 마지막 3코너를 접어들 때까지 이들의 자리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세 마리중 다소 불리한 외곽코스로 돌았던 ‘그래스원더’가 3코너를 지나면서 외곽으로 추입에 나서고 바로 뒤에서 따라나서는 ‘스페셜위크’, 안쪽에서 진로가 막혔던 ‘메지로브라이트’가 가장 늦게 4코너 진입지점에서 외곽 추입에 나선다.
직선주로에 접어들면서 선두를 이끌었던 마필들은 뒤로 처지고 안쪽에서 나서는 ‘티엠오페라오’와 외곽에서 추입하는 ‘그래스원더’의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는 사이에 ‘그래스원더’ 뒤에 있던 ‘스페셜위크’까지 선두권에 가세하면서 치열한 선두싸움이 벌어진다.
남은 거리는 약10m정도, 외곽 추입에 탄력이 붙은 ‘스페셜위크’의 우승으로 이어지는 듯 했으나 안쪽에서 한번 더 근성을 보였던 ‘그래스원더’의 막판 한발로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우승다툼으로 결승선에 골인했다.
사진판정결과 ‘그래스원더’가 4cm차이로 ‘스페셜위크’를 누르고 아리마기념배 2연패를 달성하는 극적인 상황이 벌어지면서 제44회 아리마기념배는 막을 내린다.
입장인원 15만명, 일요일 전체매출액 900억엔중 단 한경주에 732억엔의 매출액이 걸릴 정도로 열광적인 성원을 보인 아리마기념배를 관전했던 필자는 경주마들의 우수성과 제반시설의 규모에 대한 놀라움보다는 관전하는 팬들의 수준에 더욱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동발매기와 자동환급기에 하루종일 줄을 서면서도 단 한번 뒤에서 밀거나 기계작동을 몰라 시간을 끌어도 재촉하지 않는 그들, 경주후 지하도를 가득 매운 인파속에서도 차례차례 통로를 나서는 질서의식이 경주마의 질적 향상과 제반시설의 규모보다 우선되야 할 선진경마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된다.
【김중회 기자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