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마일러 성향 뚜렷해 향후 마일 경주 출전 유력
오브라이언, 2000기니 7회 우승으로 해당 대회 최다승 조교사 타이기록 갱신
영국 삼관경주의 첫 번째 관문인 제207회 2000기니(GⅠ)에서 ‘글렌이글스’(Gleneagles)가 우승했다.
2일(토) 영국 뉴마켓 경마장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에는 총 18두의 3세마가 출전해 자웅을 겨뤘다. 유럽의 자연친화적인 주로 특성상 뉴마켓의 경주로 역시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총길이 4000M의 이 주로는 결승선 전방 2000M와 2400M 가운데에 한 번의 커브가 있어 뒤집어진 ㄴ자의 형태를 취한다. 따라서 2000M이하의 경주에 출전할 경우 내내 직선 코스만이 주어지게 되는 셈이다. 1600M거리의 2000기니 역시 마찬가지의 상황이기에 사실상 게이트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출발 직후 ‘글렌이글스’는 다섯 번째에서 따라가는 전개로 경주를 풀어나갔다. 1200M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선두로 나선 ‘글렌이글스’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상대를 따돌리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주 기록은 1분 37초 5. 데뷔전을 제외한 네 번의 경주에서 모두 우승하며 2014 유럽 최우수 2세 수말에 선정된 바 있는 ‘글렌이글스’는 특히 GⅠ경주였던 빈센트 오브라이언 네셔널 스테익스에서 막판 강한 한 발을 발휘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글렌이글스’의 부마는 앱섬더비의 우승마이자 리딩 사이어 ‘갈릴레오’(Galileo)다. 주목해볼 부분은 바로 모마 ‘유아소스릴링’(You`resothrilling)이다. ‘스톰캣’(Storm Cat)과 ‘마리아스스톰’(Mariah`s Storm) 사이에서 태어난 ‘유아소스릴링’은 ‘자이언츠코즈웨이’(Giant’s Causeway)와 전형제마 사이다. 유럽과 북미를 장악 중인 소위 명문 혈통의 만남이 ‘글렌이글스’에게서 이루어진 셈이다.
이번 대회의 우승으로 조교사 에이단 오브라이언은 2000기니에서만 7회 우승을 기록해 최다 우승 조교사에 공동 랭크됐다. 오브라이언 사단의 2000기니 우승마는 ‘킹오브킹스’(King of Kings, 1998), ‘락오브지브롤터’(Rock of Gibraltar, 2000), ‘풋스텝스인더샌드’(Footstepsinthesand, 2005), ‘조지윙스톤’(George Washington, 2006), ‘헨리더네비게이터’(Henrythenavigator, 2008), ‘카멜롯’(Camelot,2012), ‘글렌이글스’(Gleneagles, 2015)가 있다.
오브라이언은 ‘글렌이글스’에 대해 “‘자이언츠코즈웨이’와 ‘갈릴레오’의 강점이 모두 내제된 기대주다”라며 “그동안의 경주를 지켜봤을 때 완벽한 마일러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뒤이어 밝힌 향후 계획에서는, 5월 말에 열리는 아이리쉬 기니나 6월 영국 로열 애스콧 경마장에서 열리는 세인트 제임스 팰리스 스테익스를 언급했다. 사실상 앱섬더비의 출전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로 2015년 영국의 삼관마 탄생 역시 먹구름이 끼게 되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가장 큰 문제는 마지막 관문인 세인트 레저에 있다. 9월에 열리는 세인트레저는 유럽의 가장 큰 경마대회인 개선문상(10월)과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주기를 두고 있다. 능력마를 보유한 관계자라면 이 두 대회를 두고 출전 여부를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데, 열이면 아홉은 개선문상을 택하게 된다. 2900M라는 세인트레저의 장거리를 버텨낼 수 있는 경주마도 몇 없거니와, 상금 또한 개선문상의 1/6(2014년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영국에서 삼관마가 탄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편, 오브라이언이 밝힌 ‘글렌이글스’의 행보는 과거 무패의 기염을 토했던 ‘프랭클’(Frankel)과 동일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랭클’ 역시 2000기니에서 우승한 직후 두 번째 관문인 앱섬더비(2400M)를 건너뛰고 마일 경주인 세인트 제임스 팰리스 스테익스에 출전한 것. ‘프랭클’은 2000기니를 포함해 7개의 경주를 연달아 마일 경주에만 출전하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명마로 거듭나게 된다.
명문 혈통과 명장 오브라이언의 시너지는 과연 ‘글렌이글스’를 어디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까. 삼관마 탄생에는 적신호가 켜졌지만 ‘프랭클’의 뒤를 이을 또 다른 명마가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지영 기자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