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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유럽의 경주 편성이 더욱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유럽의 경주 편성을 관리하는 EPC는 최근 유럽 단거리 경주의 수준이 저하되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보다 앞선 2004년, EPC는 암말 경주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대대적인 암말 레이스 개편을 감행한 바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유럽은 수많은 스타 암말들을 배출해내며, 오히려 암말이 강세를 보이는 성공적인 성과를 이끌어낸 바 있다. 여기에 힘입어 이번에는 스프린터 경주마들을 육성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단거리 경주 개편 방침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로열 경마장을 무대로 한 GⅠ급 3세마 경주를 신설하는 것이다. 아직 명칭은 미정이나 거리는 1200M로 확정된 상태다. 이 경주는 영국의 자랑인 로열 애스콧 경마축제 네 번째 날인 금요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로열 애스콧 마지막 날에 열리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스테익스(GⅠ)는 ‘3세 이상’이었던 기존의 출전자격을 ‘4세 이상’으로 변경하게 됐다.
3세마 스프린터 경주가 따로 떨어져 나오며, 자연스럽게 7월 중순 뉴마켓 경마장에서 열리는 줄라이컵(GⅠ)의 권위가 격상하게 됐다. 신설되는 3세마 대회에서 3세 최강 스프린터가 가려지게 되고, 다음날인 다이아몬드 주빌리 스테익스에서 4세 이상의 최강 스프린터가 가려지면 자연스럽게 이들이 맞붙을 대회는 줄라이컵이 되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줄라이컵은 킹 조지 6세 & 퀸 엘리자베스 스테익스의 뒤를 잇는 세대간의 대결로 거듭날 전망이다.
EPC는 이 외에도 10월에 열리는 브리티시 챔피언 데이의 단거리전인 챔피언스 스프린트 (1200M) 역시 2015년부터 GⅠ격으로 승격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아일랜드를 비롯한 각국의 단거리 경주 역시 격을 올리며 경마관계자들에게 스프린터 경주마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경마팬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임을 밝혔다.
유럽의 이와 같은 시도는 스피드화 되는 세계 경마의 추세에 발을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경마의 패권을 잡고 있는 북미는 평탄하고 무거운 더트주로의 특성으로 인해 장거리 경주마보다는 스피드에 탁월한 단거리 경주마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단거리 경주는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흥미와 역동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현대인들의 욕구와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게다가 이러한 스피드계의 경주마들은 씨수말로서의 환류에도 용이하며, 자마군에서도 한 차원 빨라진 스피드를 보유한 경주마를 기대할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반면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하는 유럽의 경마는 스피드계의 경주마보다는 스테미너가 강한 장거리형 경주마에게 유리하다. 맞고 틀리다는 것을 논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나 최근 일본을 비롯한 경마 선진국들에서 스피드계 경주마 발굴에 비중을 높이고 있는 추세를 유럽 역시 무시할 수만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이와 같은 개편은 한국의 경주 편성 체계에도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GⅠ급 경주 중 단거리 경주는 1400M로 치러지는 뚝섬배와 서울마주협회장배, 브리더즈컵이 전부다. 그마저도 뚝섬배는 암말 한정경주로 치러지며, 브리더즈컵은 2세마 경주로 참가 자격이 제한된다. 일반 경주 편성 역시 상위군으로 갈수록 단거리 경주가 극도로 줄어드는 추세이기에 스프린터 경주마들은 군을 올라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봤을 때 최근 아시아챌린지컵 예전을 위해 마련된 상위군 단거리 경주는 반가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2015년, 각국을 대표할 새로운 스프린터의 탄생에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기대가 모이고 있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