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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씨비스킷’을 통해 전 세계인의 눈시울을 적신 경주마 ‘씨비스킷’. 그의 마구간이 공식적으로 미국 국가 등록 문화재(NRHP)로 선정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윌리츠시에 위치한 릿지우드 목장의 이 마구간은 ‘씨비스킷’이 퇴역 후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마주인 찰스 하워드가 특별히 마련한 곳이다.
이곳이 문화재로 등록되기까지는 약 15개월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씨비스킷 재단 대표 재클린 쿠퍼를 필두로 ‘씨비스킷’을 그리는 수많은 단체와 팬들이 적극 후원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로 등록이 되면 정부에서 앞장서 문화재에 대한 지원과 제도를 마련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이에게 보조금이 지급되며, 세금 부문에서도 우대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경주마의 마구간이 미국 내에서 보호해야 할 주요 문화유산으로서 인정을 받게 된 셈이다.
‘씨비스킷’은 경마를 넘어 1930년대의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꼽힌다. 2세마 당시 좀처럼 능력발휘를 못하며 홀대와 냉대 속에 경주를 치러냈던 ‘씨비스킷’은 찰스 하워드에게 구매되며 전환기를 맞는다. 트레이너 톰 스미스와 애꾸눈 경마선수 존 폴라드와 새롭게 호흡을 맞춘 ‘씨비스킷’은 그야말로 날개 달린 듯 우승행진을 이어나갔다. 특히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회로 꼽히는 1938년 ‘워애드머럴’과의 맞대결에서 4마신 차로 우승을 거둔 ‘씨비스킷’은 그해의 연도대표마로도 선정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전형적인 신데렐라형 마생을 살았던 ‘씨비스킷’은 당시 대공황으로 절망의 나락에 빠져있던 미국인들에게 재기의 희망을 안겨준 영웅으로 떠올랐다.
마주 찰스 하워드는 ‘씨비스킷’의 명예에 걸맞게 마구간 역시 당시 서러브레드 중 가장 호화로운 규모와 시설로 지어주었다. 퇴역한 ‘씨비스킷’이 머물렀던 1940년에서 1947년 동안 5천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줄지어 이곳을 찾았다.
‘씨비스킷’ 종마 목장을 문화재로 등록한 것은 경주마를 정부 차원에서부터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지원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는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 갇혀 경주마를 도박의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는 우리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지영 기자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