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 해외 최강 기대주들의 습격, 2세마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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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동안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격정적인 드라마. 대개의 팬들이 꼽는 경마의 묘미다. 좀 더 오랜 시간 경마를 즐겨온 팬들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종종 “내가 응원했던 경주마의 새끼가 부모의 모습으로 현신하여 지난날의 감동을 또 한 번 재연해내는 과정”을 최고의 매력으로 꼽곤 한다. 해외의 수많은 명마들이 일찌감치 현역생활을 은퇴해도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것은, 그 아쉬움을 메워줄 새로운 기대주의 등장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기대주들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아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첫 자마군을 비롯해 고가의 2세마들이 줄지어 출발선에 늘어서있다. 매년 출현하는 기대주들이지만 2016년의 2세마들을 특별하게 만든 주역은 바로 무패신화의 ‘프랭클’(Frankel)이다.

2008년생 수말 ‘프랭클’은 14전 14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2011·2012 세계 경주마랭킹 1위를 독식했고, 마찬가지로 2011·2012 유럽 연도대표마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프랭클’이 현재까지 유명세를 떨치는 가장 큰 이유는 역대 최고 레이팅인 140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37년 만의 삼관마 달성은 물론 브리더즈컵까지 제패하며 북미 최초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아메리칸페로아’가 레이팅 134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프랭클’의 위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역 말미에는 장거리 경주까지 섭렵, 올라운더(All-Rounder)에 등극하며 씨수말로서의 가치를 한층 높이게 됐다.

2013년 본격적으로 교배활동을 시작한 ‘프랭클’은 2014년 첫 자마를 맞이했다. 영광의 재현을 꿈꾸는 각국의 경마관계자들은 ‘프랭클’의 자마 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를 반증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2014년 영국 런던의 켄싱턴 궁전에서 열린 경매에서 나타났다. 생후 3개월 된 ‘프랭클’의 자마가 146만 2800파운드(세금 포함), 한화로 약 25억 3700만원에 거래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비록 새끼를 밴 모마와 함께 매겨진 가격이었으나 “1+2 패키지나 다름없는 거래”라는 평가를 받으며 ‘프랭클’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다. 이후로도 ‘프랭클’의 첫 자마들은 상장되는 경매마다 숱한 화제를 뿌리며 아비의 명성을 드높였다. 가장 최근인 2016년 1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1세마 경매 역시 ‘프랭클’의 영향이 미쳤다. ‘프랭클’이 2014년 당시 셔틀 씨수말(Shuttle Stallion)로 호주를 방문해 교배를 한 자마가 경매에 상장된 것이다. ‘썬더다운언더’(Thunder Down Under, 모마 ‘Our Echezeaux’)로 명명된 ‘프랭클’의 자마는 한화로 약 10억 4천만 원에 낙찰되며 남반구 경주마 경매의 한 획을 긋게 됐다. 현재 5두의 ‘프랭클’자마가 호주에서 열리는 4월 경매에 상장된 상태로, 이들의 가격은 ‘썬더다운언더’를 넘어설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처럼 화제의 중심에 오른 ‘프랭클’의 첫 자마군이 데뷔하는 해가 바로 2016년이다. 수말 58두, 암말 50두까지 총 108두의 “프랭클군단”은 빠르면 올해 봄부터 활동을 개시할 전망이다. ‘프랭클’의 명성만큼이나 교배한 암말들의 수준 역시 높기에 “프랭클군단”과 ‘프랭클’에게 주어진 부담감은 실로 막중하다. 전문가들은 ‘프랭클’ 자마들의 성적이 미비할 경우 쏟아지는 비난을 피할 방도가 없겠으나,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현재 유럽 씨수말계를 장악하고 있는 ‘갈릴레오’(Galileo) 역시 3대 자마군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2015년 1세마 최고가를 기록했던 경주마 역시 데뷔가 임박한 상태다. ‘두바위’(Dubawi)와 ‘러브이스올유니드’(Love Is All You Need) 사이에서 나온 이 자마는 2015년 10월 영국에서 열린 타터스 1세마 경매에서 한화 약 35억 원에 낙찰됐다. ‘러브이스올유니드’는 ‘새들러스웰즈’(Sadler`s Wells)와 ‘쥬드’(Jude) 사이에서 나온 암말로, 전형제마로는 아이리쉬 1000기니 우승마인 ‘예스터데이’(Yesterday)와 클래식 경주에서 3차례 입상의 전력이 있는 ‘쿼터문’(Quarter Moon)이 있다. 재밌는 사실은 언급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쥬드’의 자마들은 ‘러브이스올유니드’, ‘예스터데이’외에도 ‘올마이러빙’(All My Loving) 등 비틀즈의 노래에서 따온 이름이 많은데, 이 최고가를 기록한 ‘러브이이스올류니드’의 자마 역시 이를 따라 ‘쉬러브스유’(She loves You)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시대를 풍미한 비틀즈처럼 ‘쉬러브스유’ 역시 몸값처럼 경마계를 이끌어갈 역군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북미에서는 한국 경마관계자들의 이목까지 집중시키는 2세마들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바로 씨수말 ‘한센’(Hansen)의 첫 자마들이다. 2011년 북미 2세 챔피언으로 데뷔 1년차인 2013년 국내에 도입된 특급 씨수말 ‘한센’은 2014년 첫 자마를 배출해 올해 자마들의 첫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포입마로 들어온 ‘한센’의 자마 2두가 데뷔를 앞둔 상황이다. 북미에서 ‘한센’ 자마들이 보여줄 활약에 따라 향후 한국 경마 생산계의 향방 역시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