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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3세마 ‘모헤이맨’ 선전으로 혈통가치 입증
북미 경마계의 “금수저” 3세마가 주목받고 있다.
겨울 강추위와 맞물려 잠잠한 국내 경마와는 달리 북미는 삼관대회를 앞두고 서서히 열기가 고조되는 중이다. 경주마 일생 중 오직 한 번 밖에 출전할 수밖에 없는 켄터키더비를 앞두고 “더비로 가는 길”(Road to Kentucky Derby)이라 불리우는 더비 예선전(Derby Preps)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20두에게만 허락되는 켄터키더비 게이트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더비로 가는 길”에 동참해야 한다. 총 35개 경주로 이루어진 더비예선전은 각 경주마다 4위까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초반 경주는 우승마에 10점에서 최대 20점의 점수가 부여되나 2월 20일에 열린 라이즌스타 스테익스부터는 50점의 우승 점수가 주어지며 본격적으로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3월 26일에 개최되는 UAE 더비를 기점으로 관계자들의 열기는 절정에 치달을 전망이다. 우승마에게 무려 100점의 점수를 부여하기에 출전 가능성이 불확실한 경주마에게는 승부처나 다름없는 대회의 연속인 셈이다. 따라서 이 무렵 더비 예선전에는 이름난 3세마들이 총출전해 경주를 관람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올해의 더비예선전은 4월 16일 오크론 경마장의 아칸소더비와 킨랜드 경마장의 렉싱톤 더비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시즌이 마무리되면 가장 높은 누적점수를 획득한 경주마 20두에게 출전권이 부여된다.
2015년, 37년 만에 탄생한 삼관마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인 9월부터 이미 북미는 새로운 3세 기대주를 찾는 여정에 나섰다. 2015년 9월 12일 처칠다운스 경마장에서 열린 이로쿼이스 스테익스를 시작으로 제142회 켄터키더비를 준비 중인 2세마들은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2월 21일 기점) 더비예선전의 최고 득점마는 총점 51점의 ‘건러너’(Gun Runner)다. ‘건러너’는 11월에 열린 켄터키자키클럽 스테익스에서 4위를 기록해 1점을 쌓은 후 20일에 열린 라이즌스타 스테익스에서 깜짝 우승에 성공해 50점을 추가 획득했다. 2위는 총점 30점의 ‘나이퀴스트’(Nyquist)로, 프론트러너 스테익스 우승에 이어 20점이 걸린 브리더즈컵 쥬브나일에서 우승을 차지해 현재 북미 3세마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주목해볼 경주마는 5위에 랭크된 ‘모헤이맨’(Mohaymen)이다. 데뷔전을 포함해 4전 4승을 기록 중인 ‘모헤이맨’은 더비예선전 중 렘센스테익스와 홀리불 스테익스에서 우승을 거두며 총점 20점을 획득했다. 두바이 부통치자 겸 UAE 재정부장관인 함단 빈 라시드 알 막툼(Hamdan bin Rashid Al Maktoum)이 소유한 섀드웰 레이싱 소속의 ‘모헤이맨’은 현재 북미 대세 혈통과 그에 걸맞은 비싼 몸값으로 “금수저” 경주마라는 별칭을 얻었다.
‘모헤이맨’의 부마는 2년 연속 북미 리딩사이어에 빛나는 ‘태핏’(Tapit)이다. 대세 아버지의 후광에 못지않게 어머니인 ‘저스트휘슬딕시’(Just Whistle Dixie)의 명성도 높다. ‘저스트휘슬딕시’는 ‘모헤이맨’을 포함해 ‘윈슬로우’(Winslow), ‘뉴이어스데이’(New Years Day)까지 총 3두의 자마를 두고 있는데, 이중 맏형인 ‘뉴이어스데이’는 2013년 브리더즈컵쥬브나일 챔피언으로 유명하다. 이미 그레이드 경주 우승마를 배출한 것으로도 ‘저스트휘슬딕시’의 유전력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됐으나, 선대로 올라갈수록 눈에 띄는 명마들이 등장한다.
‘저스트휘슬딕시’의 부마이자 ‘모헤이맨’의 외조부는 ‘딕시유니언’(Dixie Union)이다. ‘딕시유니언’은 2012 벨몬트스테익스 우승마인 ‘유니온래그스’(Union Rags)를 포함해 총 6두의 그레이드 우승마를 배출해냈다. 더 거슬러 올라가 ‘딕시유니언’의 부마를 살펴보면 한국의 대표 씨수말 ‘디디미’(Didyme)의 부마인 ‘딕시랜드밴드’(Dixieland Band)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탄탄한 혈통 덕분에 ‘모헤이맨’은 2014년에 열린 1세마 경매에서 무려 220만 달러(한화 27억1,414만 원)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했다.
‘모헤이맨’의 경주력은 몸값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압도적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최근 치렀던 두 번의 더비예선전에서 ‘모헤이맨’은 큰 추진 없이도 여유롭게 상대마들을 제치는 기량을 선보인 바 있다.
사회적으로 “금수저”라는 용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부모의 후광을 등에 업고 쉽게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마계에서 “금수저”는 각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이 지론이다. 경마가 “혈통의 스포츠”라 불리는 것은 과학적인 배합과 연구를 통해 가장 빠른 경주마를 만들어내는 데에 목적이 있다. 생산자는 더 우수한 혈통의 배합을 위해 비싼 교배료를 지불하고, 마주는 이 결과인 경주마에 아낌없는 투자를 감행한다. 억 단위의 몸값일지라도, 인기 혈통의 경주마는 은퇴 후 생산계로 투입돼 높은 교배료를 받으며 선순환을 이어간다.
최근 삼관대회에서 활약을 펼친 ‘캘리포니아크롬’(California Chrome)과 ‘아메리칸페로아’(American Pharoah)는 비주류 혈통이었던 덕분에 드라마틱한 결과를 연출해냈으나, 생산계에서 봤을 때 결코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었다. 인기경주마가 몸값만큼의 가치를 해내야만 페달이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가말의 기세가 주춤했던 시점에서 “금수저” ‘모헤이맨’의 활약이 더욱 환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금수저” ‘모헤이맨’은 2월 27일에 걸프스트림파크에서 열리는 파운틴오브유스 스테익스에 출전을 출전을 예고하고 있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