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선진경마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국가들을 찾아보고 경마시행이 어떻게 이뤄지나 살펴보았다. 이번호에는 유럽 국가중 마지막으로 스페인의 경마를 살펴보고 어떠한 특징을 보유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피레네 산맥을 경계선으로 프랑스와 교류가 빈번한 반면, 반대편인 북아프리카와의 교류도 왕성했다.
스페인 원산마는 대개 유럽에서 가장 체력이 왕성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으며 그것은 하니발의 알프스 원정이나 그후 고대 로마제국으로 마필을 수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더욱이 북아프리카에서 신종 아랍이 들어온 시기도 유럽 대륙에서는 스페인이 가장 먼저다. 그러한 지리적, 역사적 조건에서 스페인 경마는 유럽 국가중 비교적 빨리 행해진 편이고 이는 18세기 안다르시아 귀족간에 내기 경주를 한 기록이 입증하고 있다.
이른바 경마장에서 관람객에 의한 최초의 내기경마는 1835년에 시작됐다. 그 후 1840년 경에 정비된 조직이 구성되고 혈통서도 완성하게 된다.
그 전통은 지금도 남아있어 그룹은 작지만 스페인 말에 관한 전문서나 통계등은 비교적 정확한 편이다. 이렇듯 경마시행의 토대가 완성된 후 스페인 경마는 느리지만 순조롭게 발전해 제1차 세계대전 전후까지 스페인 각지에 5곳 이상의 경마장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나 그후 내전으로 경마시행은 좌절되고 뒤이은 2차 세계대전으로 경마는 휴업에 돌입한다. 전쟁 종료후에도 다시 예전의 활기나 순조로움을 되찾지 못했고 경마장은 마드리드, 산세바스찬, 세빌라 등 3곳에서 부활했지만 다른 곳은 문을 닫았다.
그후 현재에 까지 스페인 경마는 거의 변함없이 일부 상류계급과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의 놀이로서 존재하고 있다.
스페인은 서러브렛 경마장 수는 적으나 마권 종류는 풍부해 장내나 장외 어느곳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단승식, 연승식, 연승복식(일명 와이드 승식, 최근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권의 종류, 선택한 2두의 마필이 3위내에 모두 입상하면 된다), 쌍승식, 5중승식, 6중승식 등 다양한 마권으로 경마팬들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게 스페인 경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권 구매 최저금액은 1백 페세타.
스페인은 연간 봄 4월부터 7월초, 가을 9월중순부터 11월까지의 2개 시즌으로 경마를 시행하며 매주 일요일에 개최된다. 단, 6월말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연속 개최하며 토요오크스, 일요더비를 시행한다. 여름은 무더운 날씨탓에 야간 경마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스페인에서 즐길만한 갬블은…
스페인 사람들은 갬블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지만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갬블은 얼마든지 있다. 장소나 사는 방법도 간단하므로 여행자들 역시 참가할 수 있다.
스페인 갬블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경마, 복권, 카지노가 바로 그것.
그러나 스페인 사람들 대부분은 경마나 복권, 카지노 등의 갬블보다 투우에 오히려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 이는 국민적 관심사항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확실히 스페인에서 투우는 민족적 행사다. 투우장도 경마장에 비할 바 없이 많은데다 소년들은 투우사가 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한다.
이렇듯 투우에 몰입하는 스페인인이지만 말에 대한 사랑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평가된다. 말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경마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게 스페인 경마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자는 이것이 반스포츠 정신에 몰입한 스페인 민족의 또다른 기질이라고 평가하는데 이는 확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