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경마가 시작된 것은 영국 지배하였던 17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마 발상지 영국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의 경마 역시 상류계급에서부터 시작됐지만 그들만의 특권이 아닌 전 국민의 이벤트로 시행됐다는 점이 영국과 아일랜드 경마의 가장 큰 차이.
경마가 상류계급만의 놀이가 아닌, 일반인들의 폭넓은 이벤트였다는 것은 아일랜드 국민성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극히 소박하고 한가로움을 즐기는 아일랜드인의 습성이 경마시행에도 그대로 반영돼 아일랜드에서 경마는 부와 명예의 상징이라기 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레저스포츠인 셈이다.
오랜기간 인근의 영국을 비롯해 외세로부터 잦은 침략을 받아 왔던 아일랜드는 격렬한 독립운동 과정에서 경마의 꽃을 피웠다.
서러브렛 경마의 시작인 더비는 1817년에 최초로 시행됐지만 곧 중단되고 그로부터 50년 뒤인 1866년에 재개, 갖가지 이벤트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 후 오랜 기간 다양한 제도 확립을 통해 비로소 1962년 경에 진정한 메이저 스포츠로서 자리잡게 된다.
즉 아일랜드 더비에 영국의 엡섬더비조가 참가한 20세기 초부터 경마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레저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 시행된 스위프 더비라고 하는 일종의 복권방식은 사람들의 흥미를 부추겼는데 이로 인해 엡섬더비에 참가한 경주마들이 아일랜드더비에까지 참가하도록 유인한 경마 부흥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아일랜드 경마장은 총 27개로 수도인 더블린 경마장은 물론 지방경마장 역시 그 지역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 지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즉, 아일랜드에서의 경마는 국가의 발전, 나아가 지역의 발전과 더불어 성장해 온 것이다.
아일랜드 경마장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주가 속보위주로 수준은 영국, 프랑스를 뒤따르는 정도. 코스는 자연 그대로로 매우 난해한 편이다. 힘든 것만으로 보면 영국의 코스가 조금 더 험하지만 인공적인 변형없는 자연스러움은 역시 아일랜드가 낫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양국의 더비 시행으로 각각 경마의 수도로 불려지는 영국의 엡섬과 아일랜드의 커러를 비교해도 알 수 있다.
고전미와 현대적 기풍이 어우러져 있는 나라, 아일랜드. 이곳에서의 경마는 그야말로 ‘자연속으로’를 실천하는 살아있는 경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아일랜드 경마의 수도
커러(Curragh)

수도인 더블린에서 약 45km 북서쪽에 위치해 있는 커러경마장은 영국의 엡섬, 프랑스의 롱샹(개선문상 경마대회가 열리는 프랑스 최대 규모의 경마장)과 비교될 만큼 규모와 역사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물론, 아일랜드 최초의 경주도 이곳에서 열린 것은 당연한 일.
그 나라 안에서의 비중을 보자면 엡섬이나 롱샹보다 오히려 커러가 높은 편이다. 이는 아일랜드의 5대 클래식 경주가 모두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인데, 이제는 유럽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인정받고 있는 아일랜드 더비는 아일랜드 경마의 꽃으로 불린다.
이렇듯 아일랜드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경마장으로 손꼽히다 보니 배출해낸 명마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하다.
특히 산타크로스, 니진스키, 그란티, 트로이 등은 엡섬 더비와 아일랜드 더비를 연속으로 석권, 유럽으로까지 진출하며 당당히 최고 자리를 거머줘 커러 경마장을 빛낸 주역으로 손꼽힌다.

작 성 자 : 이희경 violet@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