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경마는 이 나라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호주라는 국가의 역사가 최초 영국 죄수들의 유배지라는 수치에서 출발했으나 그 이후 호주는 광활한 대륙과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근면하고 솔직한 국민성이 가미되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게 된다.
호주경마는 1788년 영국 초대 총독이었던 필립이 영국으로부터 씨수말 1두, 씨암말 3두 그리고 2세마 3두를 들여오며 그 싹이 텄다.
이후 초기 개척자들은 말의 중요성을 인식, 1798년 경까지 총 1백여두의 경주마를 영국으로 수입했다. 또한 혈통을 개선키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아 1799년 영국산 ‘록킹햄’ 수입을 시작으로 1802년 미국산 씨수말 ‘워싱톤’과 영국산 1등급 씨수말 ‘노덤벌랜드’가 수입돼 이 시기에 호주 혈통등록서(Australian Stud Book)가 완성된다.
이후 자키클럽이 생겨나며 정상궤도에 올라섰고 이제는 선진 경마국 대열에 우뚝 선 것이다.
현재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경주마를 생산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서울경마장에도 무려 호주산 경주마가 전체의 25%를 점유할 정도로 우리나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호부터는 호주 및 뉴질랜드 경마의 시행, 특징 등을 세밀하게 알아본다.

호주 최초의 경마

호주에서 열린 최초의 공식경마는 1810년 시드니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2마일(3200m) 경주였다.
이날 경주는 3일에 걸쳐 실시됐으며 기록이 가장 우수한 경주마가 당연히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홈스트레치 입구에 거리표시 기둥이 있어(골인전 200m 지점) 1위마가 골인지점에 들어섰을 때 이 표시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한 말은 다음 경주에서 제외되는 등 흥미만점의 다양한 규칙이 존재했다.

호주풍의 경마전통

호주경마는 술과 깊은 연관이 있다. 최초 경마가 개최된 3일간 모든 노동은 휴무했으며 보통 가혹한 노동을 강요받던 죄인들도 이날은 향응에 흠뻑 취해 경마를 즐길 수 있었던 것.
또한 경주와 경주 사이에는 투계, 지레경주등 다양한 놀이가 제공됐고 오늘날에는 갖가지 퍼레이드가 이를 대신,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호주에서 경마는 계급을 초월한 오락으로서의 면모와 함께 호주 내륙부의 탐험이라는 실험적인 면도 함께 발전해 나갔는데, 이는 광활한 대지와 풍부한 자연환경의 개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내륙 탐험가들은 이들과 고락을 함께하는 말들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초의 자키클럽 탄생

호주에서는 1825년 영국에 의해 최초의 자키클럽이 탄생, 이때부터 호주경마의 본격적인 막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당시 총독이었던 영국인 다링과 자키클럽 임원간의 분쟁이 발생, 27년에 오스트레일리안 레이싱＆자키클럽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탄생했고 시드니 터프클럽과의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현재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호주자키클럽(AJC)은 그로부터 15년 후인 1842년에 창설된다.

호주의 10마일 경주

피크닉 경주라 불리는 장거리 경주는 호주 경마의 전통이다.
시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마시고 먹는 것을 잊지않는 피크닉 기분이 호주 경마장 곳곳에는 지금까지 짙게 배어있다.
이는 호주 경마장만의 독특한 분위기며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호주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10마일(16,000m) 경주는 1868년에 뉴사우스웨일즈주의 와가경마장에서 처음 열렸는데 당시 총 12두의 경주마가 출전해 평균 약 40km/h의 속도로 경마장 주위를 7바퀴반 돈 후 대부분 폐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는 90마일(144,000m) 경주도 열린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어 전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이때 우승한 말은 ‘더고로넬’로 평균 14km/h의 속도로 10시간 29분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호주인들은 힘과 인내가 필요한 장거리 경주를 대단히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