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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윤한로 시
안팔단
윤 한 로


여섯 시간 동안
철사처럼 구부린 채
한 점 놓곤
괴로워하고
또 한 점 놓곤
괴로워한다 어느새
귀는 단풍잎마냥 빨갛게 물들고
마침내 지고 나서야
환하게 웃는다

그렇게 새빨간 귀는 처음 봤다



시작 메모
한 점 한 점에 생생하게 느껴지는 진심과 떨림. 안팔단은 바둑이 나쁠 때도 괴로워하지만, 좋을 때도 괴로워한다. 끊임없이 괴로워하는 스타일이다. 바둑 8단은 좌조(坐照)다. 곧 ‘앉아서도 삼라만상의 변화를 꿰뚫는’ 경지이다. 그러나 판을 향해 허리를 구부리고,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너무도 인간적인 안팔단. 그러다가 어느 순간, 상대방의 이적일수(耳赤一手)에 돌이킬 수 없는 패배 국면을 맞곤, 두 귀는 그만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우린 그런 사람 너무 좋다.

 
출 판 일 : 2017.12.07 ⓒ K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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