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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윤한로 시
귀촌
윤 한 로

귀농, 아니 귀촌을
(우리는 아직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굳히고 바로 퇴직을 신청했네
갑자기?
학교에선 눈을 똥그랗게 뜨곤
일 년만 더 있으라 붙잡았지만
이제 그만둘라요
한가하게 늙을라구요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데
한가할 한에, 늙을 로
담은 일 년이라도 일찍
이름처럼 살고 싶었네
이름값을 하고 싶었네
그렇지만 언젠가는 꼭 농사를 지어 보리라
땀 뻘뻘 흘리며 풀 뽑고, 거름 내고
사과도 하고, 버섯도 하고
그러다 힘들면 굼벵이도 키우고
귀농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시작 메모
산 가까운 곳이 좋다, 물 가까운 곳이 좋다 했지만, 우리는 먼저 성당부터 가까운 곳을 잡았다. 걸어서 삼 분 거리니, 이제 새벽 미사에도 숨 가쁘게 뛸 일이 없어졌다. 아무튼 우리가 잡은 집은 작은 면 동네 변두리로, 너무 외지지도 않을뿐더러 적당히 조용하고 평화스러웠다. 백 호 남짓 단층집들에 성당, 중국집, 마트, 노래방, 보건소, 버스 차부, 정미소, 이발소가 있어 슬슬 들러볼 수 있는 데다, 바로 집 앞이 논, 밭이고 산자락이었다. 숲 안개 피어오르고, 왜가리도 날고, 밤새 개구리 울어재낄 게다. 그럼 됐지, 보는마튼 계약을 했다. 곧 이십 평 안양 아파트를 팔아치웠다. 그러니까 그보다 서너 배는 더 큰 마당 딸린 집에, 작은 승용차도 한 대 뽑고, 둘째 놈 대학 졸업 학비서껀 다 빠졌다. 이렇게 신통할 수가, 가슴이 뻥 뚫렸다.

 
출 판 일 : 2017.12.21 ⓒ K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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