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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윤한로 시
발가락이 닮았다
윤 한 로


아들아
나는 네가 공부 못 하는 게
재수, 삼수 공부하고 공부해도
대학에 계속 떨어지는 게
너무 좋다 그래야 네가 나중
피땀 흘려 몸으로 벌어먹고
피로 벌어먹고 살지
그 집 애들은 인성도 좋고 근실해서
참 좋겠단 소리도 듣겠고
그래야만 어디에서 또 누군가가
머리로 벌어먹고
입으로, 눈으로도 벌어먹지
하다못해 마음으로라도
벌어먹고 살 게 아니냐
아들아
그래 나는 네가 골통이라도
오히려 기쁘다 우리들 머리를 닮지 않고
발가락을 닮았으니
전혀 아프지 않다


시작 메모
퇴직할 때 옆에 선생님들에게, 내 시골로 내려 가면, 삼 년 안에 반드시 요리사나 일급 정비사가 되마고 약속했는데, 큰 소리 떵떵 쳤는데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나이먹어 몸을 쓰는 일을 배우는 것도 배우는 거지만, 또 그걸 보람으로 알고 기뻐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선생님들이 쳐 준 박수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챙피스럽다. 그래 자식들한테만큼은 몸으로, 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에 몇 줄 읊조렸다. 그리고 제목은 김동인 선생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를 빌리고 싶었다. 왠지.

 
출 판 일 : 2018.02.01 ⓒ K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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