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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윤한로 시
나무
윤 한 로


빵도,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하나 없이
그대 영원의 먼길 떠나는구나
한껏 허리 굽어
떨고 주리고
저녁 어스름 먼지 뒤집어쓴
나무 사도여
침 뱉고
수염 뽑히고
자랑스러운
수치와 모욕이여

저는 왜
저렇게 살 수 없습니까





시작 메모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 들을 때마다 마음에 닿는 성경 구절이다. 허리 굽은 나무가 떠오른다. 나무는 허리 굽고, 눈멀어 눈도 없이, 귀 멀어 귀도 없이, 영원의 먼길 가는 사도이다. 시인이다. 설렌다. 가진 것 다 버린다는 것은, 허영과 사치로부터 훌훌 떠난다는 것은 얼마나 큰 고통인가, 힘인가, 설렘인가. 또한 세상으로부터 받을 갖은 수치와 모욕은 얼마나 가슴 뛰게 하는가.

 
출 판 일 : 2018.06.14 ⓒ K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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