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윤 한 로
아주 먼 북해에
곤(鯤)이라는 큰 물고기 한 마리가 산다
곤은 길이가 수천리이다
곤이 지느러미를 한 번 일렁이니
만리에 물보라가 인다
얼마나 크길래
곤은 대붕(大鵬)이 된다
대붕이 한 번 날개를 치니
단숨에 구만리 장천을 날며
맹렬한 폭풍을 일으킨다
얼마나 외롭길래
곤은
피라미를 뜻하기도 한댄다
깜짝 놀랐다 피라미에 뭣 물리듯
곤과 붕이
우리네 잔챙이 인생만 해진다
크지도 쪼만하지도 않다
시작 메모
장자 <소요유>에 나오는 곤과 붕 이야기를 들었다. 장자는 상상 이상인 곤과 붕과 구만리 장천, 폭풍 따위를 떠올린다. 그것도 실바람 부는 오솔길을 거닐면서 말이다. 아무튼 무한한 역동성인 줄 알았는데, 겨우 피라미 한 마리 헤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렷다. 우리들만큼 먹고 우리들만큼 싸우고 우리들만큼 배우고 우리들만큼 지지고 볶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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