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윤 한 로
이 빠진 돌절구 속
엄청 가난했구나
끽,
하루살이 서너 마리
어디서 굴러먹다 온
망초 이파리 한 장
이슬 몇 방울 잡아 놓곤
어데 가
진종일 뵈질 않는다
딴 데 일하러 갔나
저도 그만 잡혀 먹혔나
거미 꼰대여
오늘도 해 짧다
시작 메모
중학생 백일장을 했는데 시도 아버지 시가 장원이다. 수필도 아버지 수필이 장원이다. 어머니들보다 찌그러진 삶, 깨진 마음, 쪽박찬 희망, 돈없고 힘없고 빽없는 뒷모습. 권위적이라 한때는 쓰레기처럼 지지고 볶고 버리더니만 애들도 이제 다시 찾는구나. 좀 안쓰러웠나. 아, 오토바이보다 자동차보다 탱크보다 약한, 꼰대라 부르는 우리 애비들. 먹고 살라 살라고 애쓰는 일 거미들. 요즘 거미라는 가수도 있더라.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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