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윤 한 로



안양천 무지개 다리 위에
우리는 학교 가다 말고
귀때기가 떨어져나가는데
대학은 붙으셨는가, 오리 저것들
겨울 똥물 속 풍덩풍덩  
김 펄펄 나는구나
빤스 걸레 뜯어발기듯
교만이 하늘을 찌를 듯
시건방 떨명 떨명

그래도 괘안타
오리 니들은
사람이 아니니까



시작 메모
가진 거 없고 든 거 없고 배운 거 없는 사람들한테도, 놈팡이들한테도 김홍도 그림은 참 좋다. 대장간을 그리고, 씨름을 그리고 고누 두는 총각놈들을 그리고, 벼타작을 그리고, 서당을 그리고 벌 받는 아이놈들을 그리고, 바위 뒤에 숨어 개울가 여자들을 훔쳐보는 음흉한 사내까지. 저번에는 김홍도 짚신 그림이 너무 좋아 그걸 시로 썼다. 그때 미처 쓰지 못하고 빼먹은 게 오리 그림이다. 봄 시냇가에 시시덕거리며 싱겁게 떠 있는 오리 몇 마리, 별 것도 없이 먹물을 콕 콕 찍어 바른 그 누깔이야말로 정말 잊을 수 없는 한국미의 샘물 한 모금이다. 우스꽝스럽게 볼 테면 우스꽝스럽게 보라지. 안양에서 이제 오리야말로 내 서정의 원천이다. 나도 존재와 내면과 본질의 탐색과 휘몰아치는 열정과 지성과 자기 과시에 질린 지 오라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