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론
           윤 한 로


며칠 전에는 채만식 선생을 다시 읽었네
집도 절도 오갈 데 없는 뜨내기들 욕지거리 한번 좋고
쩨쩨한 졸장부들 수작도 그저 좋고
시골 직원 영감들 케케묵은 잔소리 또한 좋을세만
수다스런 무식쟁이 마누라들 입담은
정나미 뚝뚝 떨어져라, 왜 그리 좋은지 당할 수 없어라
한창때 우리 어머니네 팔 걷어붙이곤
날마다 퍼붓던 바로 그 말본새네
아마 이 땅에선 선생이 최골 기여
마구잽이 속물 인생들 온통 떠들고
울고 웃고 싸우고 뻑하면 씹고
선생 말년엔 서양말 버리고 왜말 버리고
서울말까지 버리고 군산 장바닥 말 찾았구나
기어코 살렸구나, 폐병들어 걀걀골골하면서  
나 이제 거게가 순 우리말이어 무신무신 뜻인지
모르랴만 아니면 아니고 기면 기고
살아온 통밥 하나로다 환히 알아먹게끔  
사람 사는 꼬라지하며 낯빤대기 빤히 뵈게끔
풀어 놓으셨네, 끌러 놓으셨네
아무튼 옛날 분들 참 잘 쓰셨으니
‘치숙’을 읽으며 ‘잘난 사람들’을 읽으며
우리 앞으로 가늘고 길게 간다



시작 메모
우리 풍자 문학의 대가 채만식 선생이 쓴 ‘치숙’을 다시 읽었다. 몇 년 만에 읽으니 그야말로 쌈빡하다. 이게 소설이로구나. 문장이로구나. 우리말이로구나. 그 잘난 국어대백과사전에도, 우리말큰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들이라 더욱 좋다. 요즘 소설 쓰는 애들한테 읽어보라 했는데, 너희가 써야 할 말이 해야 할 생각이 봐야 할 모습이 읽어야 할 책이 여기 있단 말이다. 시 쓰는 애들한테도 필히 읽히리라. 네놈들 시큰둥허니 해도 어쩔 수 없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