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근대문학사
                윤 한 로




마당에 나무 다섯 그루 심네
이 나무는 김유정이
저 나무는 백석이
또 저 나무는 채만식
또 저 나무는 벽초 선생
그러나 세상만사 내 뜻,
내 좋은 거로만 할 순 없으니
아무려나
남은 저 거이는
이광수나 박태원이쯤으로 해 볼라니
갑시다,
마당에 나무 다섯 그루 심으니
꽃 피고 열매 맺고 새 울고
다들 무럭무럭 크거라







시작 메모
김유정 <봄봄>, 채만식 <태평천하>, 백석 <모닥불>, 벽초 홍명희 <임꺽정> 들은 얼마나 정겹던가, 슬프던가, 슬퍼서 기쁘던가, 기뻐서 슬프던가. 우리 모습, 우리 심성, 우리 말로다 어뜨큼 우리 심금을 울리던가. 아, 그러나 이광수 나무, 이광수 꽃, 이광수 열매, 박태원 나무, 박태원 꽃, 박태원 열매, 한국문학의 ‘만질수록 덧나는 상처들’이여. 아무려나 친일 좀 하면 어떻소. 변절 좀 하면 어떻소. 일본 것 좀 가져다 베끼기로소니, 흉내 좀 내기로소니, 좀 핥기로소니.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