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학교
                윤 한 로





애들 너무 싫어해요 요즘은 그러시면 안 됩니다
안아 주고 키스하고 발 닦아 주고 데이트하고
요리도 하고 세탁기도 돌리고 아침마다
허그를, 감동을 창출하세요
부드러운 말에다, 표현에다, 우리 몸 던져야 합니다
여보 미안해요 아들아 사랑한다 틈만 나면 문자를 주세요
뭉툭한 손가락 떨쳐 떠듬떠듬 보내세요 배우세요
마인드를 바꿔야만 살아서 남습니다
웃는 법, 우는 법, 그리고 사랑한다 열 번씩 하기
날마다 숙제는 꼭 하세요 노력하세요
아들딸 입을 열고 아내가 마음을 열도록 그네들
다가올 때 기다리지 말고 그대들 먼저 다가가세요
그네들, 문 꽉 닫아걸면 영원히
외롭습니다, 그대들
용접하고 치킨 튀기고 물건 떼 오고 배달하고
거무튀튀하고 히쭈그레하고 코 쉰 냄새 풍기며
그저 무뚝뚝하고 눈 깜빡거리며
말 할 줄도 몰라 말만하면 꿀려라
땀 뻘뻘 흘리며 일만 알 뿐 기계처럼 돈이나 벌 뿐
어디 물이 새고 보일러가 고장났군 이런 것 빠삭 알 뿐
눈물 콧물도 모르고 막살았구나, 아버님들
아, 진정한 시인이시구나

시작 메모
성요셉 아버지 학교를 수료했다.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다. 이제 아버지가 달라져야 한다고 그래야 가정에 평화가 있다는 거다. 웬눔의 숙제와 발표는 그렇게 많고 까다로울까. 아들과 데이트하기, 아내와 허그하기,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고 열 번씩 말하기. 편지 쓰기. 수료하기는 애초 글렀구나. 우리 아버지들이란 집에 들어가면 무뚝뚝하니 밥이나 먹고 잠이나 자고 자고 나면 뚜벅뚜벅 출근할 뿐. 자식 걱정, 집안 걱정, 그러나 눈물, 콧물, 울 줄도 웃을 줄도 모르는 우리라.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