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윤 한 로

말 구루마에
뙤약볕 빗겨가고
긴 팔 아우
팔목 시계꽃 본다
바깥대미 개똥 보리밭 언저리
저녁 노을 붉다
해와 달 암벌 수펄처럼
꽁무니를 맞대고
쌍 붙었다
우쭐우쭐 바들바들 불 붙었다
해와 달 서로 대가리 틀고
좋아라 내빼봐도
질긴 꽁댕이 명 길다
홀짬맨 듯
떨어질 줄 모른다
빨갛게 떠오른 채

거북아, 우리 노을 국에
밥 말아 먹자

웨, 순 쌍것들



시작 메모
인천에서 어릴 때 보던 노을은 언제나 수도국산 옆탱이에서 인천제철 쪽으로 길게 펼쳐져 있었다. 우리 동네 8번지 날망 바로 맞은쪽이었다. 그 시간이면 국제실업 배 만드는 깡깡부대 소리가 멈추고 비쩍마른 가완이 아부지가 말 구루마에 와리바시 나무를 잔뜩 싣고 따각따각 지나갔다. 붉게 물든 먼지투성이 말이 불쌍해 보였다. 굉장히 배고플 때였다. 노을은 아우와 훌훌 밥 말아 먹고 싶은 장국 같기도 했고 또 우리가 갖고 놀던 무서운 땅벌 뜨거운 꽁무니 같기도 했다. 땅벌들은 암컷 수컷 쌍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고 바들바들 떨었는데 어떤 때는 만지다가 하늘로 훌렁 날려 보내 주기도 했다. 그러면 놈들은 아주 우쭐우쭐 날아갔는데 여전히 쌍붙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뜨겁고 아름다웠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