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윤 한 로

같은 날은
점심 먹고 소공원에 나가자
ㅠㅠ가 앉아있던 벤취 위
헤헤, 쓱 드러누워 한숨 자자
신발을 얌전히 벗고
핸드폰은? 그 속에다가 쑤셔박지
후박나무가지 사이 햇빛 거미줄 끼는 얼굴
좀 야한 생각에 잠기리
먼먼 백수광부가 되어 흰머리 풀어제치고
술 호리병 옆구리에 차고
검은 강물 속 깊숙히 쳐박히리
구겨진 랜드로바 속에서
ㅠㅠ
음악 소리 나지러  
그대로 두니
샘물처럼 흥건하게 고여
찰찰 찬다
발목당아리까지

그럼 음악소리 채
떠나
가라


시작 메모
맛있는 글, 맛있는 시, 맛있는 영화, 음악, 연극 들하는데 ‘ㅠㅠ’ 야말로 이에 못지 않는 맛있는 말 같다. 애들 컴퓨터나 문자를 보라. ‘ㅠㅠ’ 그게 슬플 때 눈가에 흐르는 눈물 방울이지만 슬픔, 기쁨, 안타까움, 애석함, 까짓거 짜증날 때, 쓸 말 없을 때까지 갖다 붙인다. 날린다. 그래도 희한하게 척척 들어맞는다. 끄트머리, 가운데, 처음 우물쭈물 아무데나 집어넣는다. 마치 쉼표와 낱말 중간 존재라도 되는 듯이, 좋다. 원래 눈물 줄줄 흘리던 그 슬픔은 어디로 갔는가? 도통 간 곳을 모르겠지만서도 왠지 이 시대 멋들어진 낱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ㅠㅠ.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