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소리
윤 한 로
옛날에, 아주 옛날에
둥둥 하고 울리는 북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너도 나도 이 북이 싫다고 했습니다
머리통 커다란 장구대가리 장군님이 치던 북이라고
퉤퉤, 치던 북이라고
뭐라고 뭐라고들
사람들이 싫다고 하니까 닭들도 싫다고 했습니다
닭들이 싫다고 하니까 개들도 싫다고 했습니다
개들이 싫다고 하니까 소들도 싫다고 했습니다
둥둥, 둥둥 소리 우굴쭈굴하니 산 넘고 물 건너
아무리 잘 울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뭐라뭐라 어쩌고저쩌고들 해서
장구대가리 장군님 북은
싹이 돋고 코가 깨지고
마침내 수염까지 나게 됐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고 도무지 놔둘 데라곤 없는지라
어느날 하늘에서 하느님
세발 가진 까마귀 보냈습니다
세발 달린 까마귀 까옥거리며 날아와
둥둥 북소리 한번 들어보곤
엣다, 하늘 나라 벽장으로 가지고 올라갔습니다
세 발 가득 움켜쥐고 훨훨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맘씨 착한 사람들이나 들으라고
이따금 맑은 날 마음 착하게 먹곤
먼 하늘 한쪽다리에 귀기울여 봅니다
북소리 은은하게 들려옵니다, 엄마뱃가죽 울 듯
둥둥 둥둥
그런데 장구대가리 장군님 북
아무래도 세상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시작(詩作) 메모
이십 년 전에 동화를 한편 쓴 적이 있다. 맑은 날 산 너머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를 동화로 만들어서 썼다. 그때 동화를 시로 퍼 올려봤다. 한 삽 두 삽 정말 삽으로 뜨는 것처럼 어려웠다. 동시도 되고 동화도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썼는데 동시도 아니고 동화도 아닌 글이 되고 말았다. 전설 맛도 나게끔 고구렷적 세발달린 까마귀 이미지도 띄워보았는데 나중에 읽어보니 오만가지 죄다 우겨넣고 만 꼴이 됐다. 형식이고 뭐고 흘러가는 대로 둔다는 게 건진 게 없다. 오늘도 내가 아는 건, 가진 건, 느끼는 건 정말 얼마 안 된다는 걸 절감한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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