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
                윤 한 로




느즈막, 말 집 길동이
골목 아침 먹나베

빨갛게 고추장 푼
망둥이 장국 한 사발

눈곱
달고

곤지도 한 숟가락
나도 한 숟가락
즈이 거위도 한 숟가락
저도 한 숟가락

우리 아부지 빵에서 나왔다아
우리 아부지 별 달았다아

마치 귀 빠진
날이라도 되는 양



시작 메모
길동이, 하면 어릴 적 인천 동무로 거위도 키우고 말도 키우던 집 친구다. 길동이 아버지는 거지를 나가기도 했는데, 길동이도 곧 구두닦쇠니 아이스께끼 장사니로 나갔다. 그 시절 어떤 여름날 길동이가 골목에서 한 입씩 퍼주던 토장국 생각이 절로 난다. 지금 생각하니, 그게 즈이 아버지가 감방에서 나왔다고 막, 한턱 낸 게다. 얼마나 맛있고 아름답던 마음씨인가. 때로는 말을 않는 게 더욱 철학적이고 생각을  않는 게 가장 진실한 거고 안 쓰는 것이 오히려 잘 쓰는 것이다. 어쩌다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면, 찌그러진 인생들을 만나면, 길동이네 같은 밑바닥 인심들을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다 내려놓자. 숨소리도 내지 말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