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냇가
윤 한 로
시시덕거리는
때아닌
오리새끼 예닐곱 마리
싱겁게 보려면
싱겁게 보라지
우스꽝스럽게 보려면
우스꽝스럽게 보라지
시건방지게 보려면
시건방지게 보라지
시뿌듬 멱을 틀곤
먹물 콕 찍어바른 듯한
눈알들, 좋구나
김홍도 꽁한 마음
확 풀어주네
시작 메모
단원 김홍도 그림 ‘봄시냇가’에 오리 눈알들은 그저 먹물만 한번 콕 찍어 바른 듯한데 너무 멋들어지다. 흥겹다. 기쁘다. 과한 색채나 무거운 상징, 복잡한 주제, 치열한 의식 따위와는 아주 멀다. 결코 꾸미지 않은 선머슴 서정이다. 김홍도가 그린 목수, 머슴, 엿장수, 대장간, 쌍사람, 메기수염, 짚신짝 들은 얼마나 즐겁고, 구수하고, 맑고, 천진하고 해학 넘치는가. 아니다. 어쩌면 뜻밖에도 단원은 꽁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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