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별
                윤 한 로


내가 시를 쓰지 않았으면
훌륭한 농사꾼이나 목수나 뱃사람 되어
무지막지 머슴처럼 일했으리
철공소 검정기름때 투성이 되어
뼈빠지게 쇠를 뚫고 잘랐으리
두어 마디 뒤틀리고 뭉개진 손가락
기쁘게, 코 쉰내 풍기며
개미 콘테이너 구두도 고치고
도장도 파고 열쇠도 깎았으리
나라는 인간, 애시당초
시 따위 쓰지 않았으면
사람들한테는 훨씬 사람다웠으리
저 별
한테도 진정 시인다웠으리



시작 메모
내가 시를 쓰지 않았으면, 나무는 나무답고 하늘은 하늘답고 흘러가는 구름은 흘러가는 구름답고, 별을 노래하고 새와 바람과 돌멩이와 사랑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속삭일 수 있었을 텐데, 사람들한테는 사람답고 신께는 더욱 신자답고 진심으로 기도할 수 있었을 텐데, 고해할 수 있었을 텐데, 나라는 인간 맑고 선량하고 의로웠을 텐데, 용감했을 텐데, 남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내 영혼은 꿈으로 가득 차고 싱싱하고 자유로왔을 텐데, 온갖 불행 슬픔 고통도 활활 불타올랐을 텐데, 애시당초 내가 시 따위 알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