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윤 한 로



꽃이 되느니
이슬 별
그런 거 되느니
넌 명아주 억새
둑방 비탈에
염소나처럼 되거라
소용돌이치는 뿔
마음 수염 본디 착하고
누까리 참 맑은
염생이 나발이나처럼
오오, 좋잖냐!
아들아 개똥아



시작 메모
우리 집 머루란 놈이 사람만 지나가면 너무 그악스럽게 짖어댄다 했더니 마침내 동네 백수 하나가 지나가단 머루를 향해 벽돌 두 장을 냅다 던졌다. 잡아서 따졌더니 ‘그런데 저 자식 왜 나만 보면 짖냐구’ 하며 개한테 하는 말인지 나 들으라 하는 말인지 반말짓거리이다. 아들내미 뻘 밖에 안 돼 보이는데 형편없이 술에 취했다. 이쪽에서도 성질이 나서 거칠게 나가려다, 요즘 하는 일이 잘 안 풀리나 보다 나잇살이나 먹어 내가 참지, 하곤 눈 딱 감고 ‘아따 그래, 염소 같은 냥반아 그만둡시다’   하고 보니, 염소란 맑고 착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아니던가. 그러니 그녁도 왠지 꺼벅거리며 뭐라 하려다 그냥 비칠비칠 가 버리더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