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윤 한 로

할퀴고
멍들고
툭 튀어나온 마빡
아무도 닮지 않아
허구한 날 골목 구석쟁이에 꾸물꾸물
감꼭지 사과껍데기 주워먹어
이수교 굴다리 밑
주워왔단 모개(木瓜)야
탑삭부리 아버지만이
품에 꼬옥 끌어안고
이 세상에 가장 이쁘다두만
내 상주로 전학 갔다 다시 온 새
여름지나 가을된 새
수양 딸 가고 없어라
손가락 짭쫄하던
우리 모개
밤마다 황간 쪽 하늘
먼 먼 뭇별 되었다


시작 메모
학교에서 울퉁불퉁한 모과 한 개를 책상 위에 두고 갔다. 올가을에는 많이 열리지 않아 한 개씩 밖에 못준다고 하면서. 아무려나. 멍든 자국, 좀먹은 자국, 뭣이 할퀸 듯한 자국 가득하다. 그런데 향기는 되게 진하다. 아버지, 어머니는 짱구머리에 오종종하니 못난 막내 여자 동생을 뻑하면 모개야, 모개야 하며 굉장히 이뻐했다. 얼굴 희고 눈 둥그런 누나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우리 때는 이런 모개가 집집마다 한명씩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식구들이 겪는 고생을 옴팍 다 뒤집어쓰고 자랐다. 식구들이 한데 살기가 어려워 전학을 오가며 여기저기 흩어지다 보면 한둘 쯤 누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됐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렸을 적 밤하늘 뭇별을 올려다볼 때마다 흩어진 식구, 모개 생각에 가슴애렸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