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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박인소설 - 점쟁이 (2월 29일 마지막회)
점쟁이

생일파티에서 한번 본적이 있는 T는 첫눈에 인연이라는 것을 믿었다. 나를 보고, 나의 목소리를 듣고, 언젠가 우리가 함께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인연보다 우연의 일치를 믿는 쪽이었다. 언제나 이별한 후에는 다음 이별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기이하게도 나는 T를 사랑했다.

-네가 내게로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그런데 여기 네가 내 앞에 있잖아.
-나도 너를 사랑하리라고는 어찌 알았겠어. 근데 내가 여기 네 곁에 있잖아.

인생이 차라면 그 차의 운전대를 잡은 건 나였다. 나는 T에게 함께 미래를 향해 안전하게 갈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해도 미래는 너무 멀었다. 나는 신호를 무시하고 서둘러 성공을 향해 내달리고 싶었다. 국전에서 입선은커녕 예심에서 연거푸 떨어졌다. 어느 순간 계곡 아래로 처박힐지 모를 내 예술적 도전을 T는 불안해했다.

시간이 흘러 T는 우리가 헤어지기 달포 전에 이미 각자가 다른 길로 갈 것을 예감했다. 사실 예감은 아니었다. T는 나를 만나는 중에 이미 미국에 사는 남자와 맞선을 봤고 대학원을 졸업하는 대로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미래가 불투명한 조각가 보다는 신학대학을 나와 전도가 밝은 전도사에게 시집을 가기로 한 것이었다. 하느님마저 그녀 편에 서자 오랜 시간 나는 비참했다.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내고 T는 갔다.

초록색 벨벳 천으로 만든 하이힐을 신고 T는 떠나버렸다.
하이힐을 신고 멀어져가는 여자의 뒷모습, 흔들리는 발과 다리는 늘 슬픔이 묻어있었다. 앞으로 다시는 만나볼 수 없을 것이라는 T의 예언은 나를 자극했다.

-헤어지는 기념으로 내가 네게 보여줄 것이 있어.

나는 담배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였다. 담뱃불로 왼쪽 손등을 지져 화인을 만들었다. 생살이 타는 아픔 때문에 손가락이 부들거렸다. 악다문 입술을 겨우 벌리고 나는 말했다.

-상처를 내 몸에 간직하겠어. 너를 사랑한 기념으로.

그녀의 눈물을 보자 나는 다시 무감각한 상태로 돌아왔다. 마음속으로는 슬픔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그녀와 내 사랑은 정신과 육체뿐만 아니라 유전자로 각인되어 후대로 전달될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출 판 일 : 2016.02.27 ⓒ K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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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글 박인소설 -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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