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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의 대형사우나 남녀공용휴게실에서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의 연예프로를 보고 있던 참이었다. 사우나에 입장한 지 두 시간이 다 되어갔다. 왕년의 여배우이자 뇌쇄적인 몸매와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장화자와 역시 왕년의 조연배우이자 현재 자칭 사업가로 나서고 있는 강호영의 만남은 30대 남녀라는 한창 뜨거울 시기의 만남이기도 했다. 30대란, 돈은 아직 덜 벌리고 몸은 이상하게 뜨거운 시기로, 이 시기엔 누구는 결혼을 했고 누구는 처녀 총각이고 누구는 그저 방황하는 신세이기도 했다. 장화자로 말하자면 30대 중반에 벌서 초등학생 사내아이가 하나 있고, 물론 남편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강호영으로 말하자면 결혼이라는 말만 들어도 짜증나는 30대 초반의 무결점 총각이었다. 강호영은 한 여자와 밤을 보내야 하는 결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결혼의 부정적인 면을 열거해보라면 논문을 써도 부족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상대가 유부녀이건 처녀이건 그런 건 상관 않았다. 그런 걸 따지다가는 반쪽짜리 인생을 살아야 하는 까닭이었다. 특히 결혼을 한 번 했다가 홀로 된 여자는 그 내부의 성숙이 상당하였고, 적극성 또한 도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즐거움을 포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해서 강호영은 장화자를 성인 여자로 대우해 줘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사우나의 후미진 곳으로 찾아들어가 신체접촉을 시도해 볼 수도 있었다. 꽤 스릴이 있기 때문이었다. 오래된 연인의 경우 사우나에서 장난을 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들은 조금씩 들키는 재미도 알고 있었다. 한 때 강호영이 무려 3개월이나 사귄 여자와 그런 적이 있었고, 그때 큰 수입을 올린 적도 있었다. 사우나에서 한 밤에 자신이 3개월이나 소유해 온 여친을 어떤 중년남자가 집적댄 것이다. 배가 박처럼 나온 이 남자는 길을 잘못 찾은 것처럼 어두침침한 곳으로 들어가 여자가 잠들었나 확인한 다음 옆에 태연히 누워 자기 식의 사랑을 하였던 것이다. 이때 강호영은 그 사내의 행위를 휴대폰으로 찍고 그 자를 조용히 타이르며 소액의 합의금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 여친과 둘이서 유원지를 두 달이나 돌아 다녔으니 인생은 즐거운 것이었다. 그런데 두 번 다시 그런 사내놈이 걸려들지 않아 여친으로 하여금 직접 인터넷으로 사내를 구하게 하였더니 그 년이 어떤 사내와 바람이 나 도망가 버렸던 것이다. 이런 아픈 기억이 있어 사우나가 유쾌한 곳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장화자와 함께 있다 보니 감회에 젖었고, 이제 그 여자에게 못다 부은 사랑을 아름다운 장화자에게 오늘밤 듬뿍 드려야겠단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