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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자가 누구인가. 왕년의 여배우이자, 뛰어난 미모에 지나가는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돌아보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뇌쇄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30대 중반 여인이 아닌가. 비록 아이 하나가 딸려 있지만, 남편이란 작자는 빚만 지고 어떤 년과 눈이 맞아 사라졌지만, 남자가 여자를 보는 기준에 그런 것은 큰 흠도 아니었다. 오히려 결혼하자고 떼쓰거나 앞날의 계획을 짜보자고 다그치지 않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자칭 사업가인 30대 초반의 강호영도 이 장화자라는 여자가 하룻밤 즐기는 대상으로는, 뒤끝이 없는 거로는, 일부러 고를래야 고를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해서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고, 오래 전에 그녀를 한 번 품어봤을 때 영원히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다시금 되살아나면서, 이제 모텔을 눈앞에 둔 사내로서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녀에게서 현금까지 제공받아 시설이 괘 괜찮아 보이는 모텔로 입장하려는 이 순간이 매우 뜻 깊게 여겨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장화자를 돌아봄으로써 빨리 그녀를 뭇시선으로부터 차단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하여 그녀가 자기만 바라보며 여자의 행복을 맛보기를 바랐다. 해서 강호영은 걸음을 빨리 했다.
장화자가 벗지도 않고 담배를 꺼내 한 대 피우고 있는 걸 강호영은 참을성 있게 지켜보았다. 강호영은 벌써 길거리에서 담배연기를 휘날리며 걸어온 지라 그녀와 맞담배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모텔의 어느 한 룸이었다. 강호영이 갓 스무살 때 어떤 40대 아줌마를 따라 가 본 적 있는 호텔보다 시설이 더 훌륭했다. 숙박업의 발전이 눈부신 것을 보고 강호영은 애국심을 느꼈다. 다만 모텔끼리 경쟁이 나날이 심해져 가격을 영원히 올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강호영은 냉장고에서 공짜 드링크를 꺼내 마시면서, 장화자가 우라질 침묵 속에서 담배를 필터 끝가지 빨아들이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런데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도 그녀가 옷을 벗거나 샤워를 해야지 하고 중얼거리거나 먼저 씻으라고 그러거나 전혀 말이 없고 움직임도 없어 강호영은 눈과 귀를 의심하였다. 예전에 이런 데 같이 왔을 때는 먼저 씻으라고 명령해서 그 명령을 수행하였던 것인데 오늘은 명령조차 내리지 않고 또 내릴 조짐조차 없어보였던 것이다. 이럴 수는 없었다. 비록 장화자의 돈이지만 돈 5만 원이 담배 한 대 피우자고 들어 온 값인가. 도대체 상념에 사로잡혀 있는 그녀의 현 마음은 뭣인가. 심지어 그녀의 정체까지 의심스러워졌다. 이러려면 5만원을 경마에 걸지 미쳤다고 여기 들어오겠나 싶었다. 그때 그녀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여자를 사랑해 본 적 있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강호영은 어이가 없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