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신사(260) - 모욕을 느끼는 여인들

↑	우영창(소설가, 시인)

장화자가 대형찜질방 탈의실에서 상체를 완전히 노출하고 하의를 벗어 팬티바람으로 서 있자니 탈의실의 못 여성들은 큰 충격과 질시와 자책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국제적인 연예인 들, 미란다 커나 제니퍼 로렌스나 킴 카시디안 같은 여배우들의 몸매와 비교해서 부분적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는 자신의 것에 대해 장화자는 하루도 만족과 자부심을 느끼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여인이었다. 삼십대 중반의 몸매로는 이 정도면 세계적으로 선두그룹에 서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특히 국내 연예인들의 빈약한 엉덩이에 대해 조소 내지는 경시의 느낌을 갖고 있던 그녀로서는 제시카 고메즈 정도만이 버거운 상대였는데, 그녀라면 키나 신체의 비율에 있어 나란히 서 있는 건 피하고 싶었다. 그 외의 웬만한 연예인은 가급적 자기 옆에 서 있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였다.
장화자는 양말을 벗으며 엉덩이를 한껏 내밀었다. 그리하여 그 완벽한 구형이 크게 도드라지며 공간을 점거하고 있었다. 양말을 가급적 천천히 한짝 한짝 벗고 마지막으로 팬티를 벗어 내릴 때 탈의실은 정적이 흘렀다. 팬티가 찢어져라 탱탱한 엉덩이가 마침내 그 자태를 드러내며 넓적다리로 이어지는 훌륭한 선을 그려낼 때 장화자는 굳이 주위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미 뭇 시선이 그녀의 엉덩이에 붙박인 채 충혈되어 있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마침내 장화자는 몸을 틀어 그 삼각 부분을 당당히 드러냈다. 체모의 풍부함을 바탕으로 도드라진 듯 들어가 있는 그곳의 형태는 그녀가 항상 자부심을 느끼는 것으로, 남자들이 그곳을 음미할 시간도 없이 공략해온 것에 반해 여인들의 끈끈한 시선은 그보다 더욱 미묘한 쾌감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장화자가 알몸으로 걸어가자 한 마리의 혈통 좋은 경주마가 사람들의 감탄 어린 시선 속에 거니는 것 같았다. 여인들의 놀란 눈길 속에 펼쳐지는 이 당당한 경주마의 위용과 자태는 이 찜질방으로서도 길이 남을 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욕탕까지 걸어가는 그녀의 자태, 균형 잡힌 바른 자세에서 뿜어 나오는 위용으로 여왕처럼 행진할 때 욕탕 앞에 얼쩡거리던 여인들은 경탄 속에 숨을 죽였다. 여인들은 절망적인 느낌속에서 차마 자신의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는 몸매를 내려다보거나 거울에 비쳐볼 생각은 못했다. 게다가 그 치렁치렁한, 윤기 나고 수상한 에너지가 깃든 그녀의 머리에서는 광휘가 발하는 듯했다. 그랬다. 아우라가 그녀를 휘감고 있었고, 여인들은 평소 사랑스럽다고, 사내들이 죽어난다고 생각해온 몸매가 이런 식의 강제 비교를 당하는 것에 대해 모욕감까지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