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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여배우 장화자가 논현동 사우나의 욕조에서 뭇 여성들의 감탄어린 질투의 시선을 받으며 눈을 감고 피로를 풀고 있을 때, 함께 입장했으나 남탕으로 간 강영호는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핀란드 사우나 후 선풍기 앞에서 몸을 말리고 있었다. 두 남녀는 한 가지는 같은 생각, 한 가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같은 하나는 이제 여기를 나가면 둘 만의 공간, 독립된 공간으로 이동해 오직 자신을 위해, 상대의 욕구가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애를 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상대가 만족이라는 걸 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건 부차적인 문제였다.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면에서는 남녀의 차이가 있을 수 없었다. 또 한 가지 다른 생각은, 강호영의 경우 앞으로 딴 여자를 만나는 틈틈이 짬이 날 때마다 이 여자를 수시로 불러내 욕구를 채워야겠다는 것이었고, 장화자는 욕구를 채우되 그 인터벌을 좀 더 길게 잡고 있었다. 장화자는, 말이 사업이지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이 강호영에게서 큰 돈을 뜯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칫하면 도로 돈 좀 빌려줄 수 없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어 상당히 주의를 기울이고 경계를 해야 했다. 그에 반해 인간은 추레해 보이지만 몸매도 차마 서술하고 싶지 않을 만큼 빈약 그 자체이지만 뒷돈이 꽤 있어 보이는 김 감독 같은 경우는 최대한의 돈이 나올 수 있는 방식으로 만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알몸으로 욕조에 입수해 그러한 생각들, 주로 육체적 욕구 충족과 돈 그 두 가지 생각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장단기 설계를 짜고자 하였다.
강호영은 선풍기 앞에서 머리털과 온몸의 털을 말려가며 특유의 향이 나는 사우나용 로션을 얼굴에 발라주며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사내들은 휘파람을 불거나 방귀를 한 번 뀌어주거나 어 시원해 같은 소리를 크게 한 번 질러주거나 미스터 코리아처럼 근육을 불거지게 해 휴게실을 한 바퀴 돌거나 함으로서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야구 중계를 보며 소리를 지르는 것에 익숙한 자들로 여자들의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대화와는 거리가 있는 종족이었다. 잠시 후면 남녀 공용 휴게실에서 가운만 걸친 장화자를 만날 생각에 강호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 한편으론 기분 좋은 긴장을 하였다.
장화자가 욕조에서 그 뇌쇄적인 몸을 일으켜 세우자, 물에 젖은 몸으로 솟아오르자, 주위에서 경악의 탄성이 들리는 듯했다. 여인들은 장화자의 등장에 아까부터 심기가 매우 불편했으나 비교당하는 굴욕을 느끼고 있었으나 이중 일부 여인들은 그녀를 동기부여의 장으로 삼고자 하고 있었다. 내 몸매도 저 여자의 반은 따라 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어떤 각으로 다지고 있었다.
장화자는 무슨 생각인지 살인적인 미소를 흘리며 욕조 밖으로 미끈한 한 다리를 내밀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