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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에 위치한 사우나 남녀 종합휴게실, 대웅전 세 배 크기의 마룻바닥에서 장화자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똑같은 분홍 사우나복을 입은 여자들 중에 광채가 나는 여신을 찾으면 되는 일로, 만약 서 있다면 늘씬한 키에 압도적인 볼륨 화려한 얼굴에 치렁치렁한 머리칼의 여인을 찾으면 되는 것이고, 앉아 있다면 하의 밖으로 드러난 탄탄한 허벅지와 앉은키가 일반여자의 머리 하나가 더 있는 여자를 찾으면 되는 거고, 누워 있다면 봉긋 솟아오른 가슴과 누워 있는 길이가 여타 여자들을 거느리는 형태인 여자를 찾으면 되는 것이고, 돌아다니고 있다면 모두의 시선이 가닿은 곳을 찾으면 되는 것으로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도 강호영이 장화자를 찾지 못한 것은 그녀가 아직 휴게실로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온몸의 털을 선풍기에 말리고 텔레비전에서 야구를 3회 정도 보는 등 장화자가 욕탕에서 몸을 청결히 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올라왔음에도 그녀가 없다는 것은 그녀가 화장실에 가 있거나 숯가마 방에 들어가 있거나 전신 마사지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이층계단으로 올라오며 막 머리를 내미는 여신을 보았던 것이다. 그녀가 계단에서 올라왔기에 망정이지 물속에서 솟아나왔다면 천 년 요정이 오랜 꿈에서 깨어나 세상으로 나온 것으로 알았을 것이었다.
장화자는 강호영이 자신을 못 본 척 텔레비전에 시선을 주고 있는 것을 보고 잠자코 그 옆에 가서 앉았다. 여인의 미혹적인 향기가 강호영의 코를 자극했다. “재미있어?” 연예프로를 보고 있는 강호영에게 장화자가 물었다. 재미있을 리가 있나. 연예프로에 연예인들이 30년 전부터 떠들고 있으니 그저 습관적으로 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끊임없이 새 얼굴이 공급되어 별별 개인기를 다 보이고 온갖 사생활, 즉 돈 떼먹힌 얘기 누가 자신을 성추행하려 한 얘기 심지어 그렇게 할 얘기가 없는지 대기실에서 누가 방귀를 뀌었다는 애기 등을 해대는 것인데, 강호영 자신 또한 조연배우 출신으로, 비록 뜨지는 못했지만 연기에 대해 좀 안다고 하는 입장에서 저런데 진작 불러줬으면 지금쯤 스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저런 프로도 꼭 뜬 인간들만 내비치는 것이어서 강호영은 그럴 기회조차 갖지 못했고, 복수심에 불타 돈이나 벌어보자 하고 사업의 영역으로 나섰던 것인데 사업의 속사정은 오직 그 자신만 알고 있었고, 여자들에겐 잘 나가는 오빠로 홍보가 되어 있는 형편이었다. 특히 장화자 같은 미모의 여인은, 남자가 아무리 젊어도 육체적으로 강건해도 기본적으로 돈이 없으면 꼬이지 않는 부류였다. 해서 강호영은 내일 경마장에 가 배팅할 돈을 세어보고 오늘 장화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면 한 레인을 빼먹거나 배팅을 줄여야 할 것임을 우려했다. 이 여자가 한 레인을 건너 뛸 만한 가치가 있는가? 대답은 ‘그럴 수도 있다’ 였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