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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돈은 어떻게 써야 하나
영화감독 김은 복권 탄 돈이 통장에 12억 5천만 원이 넘게 있었지만 보름 동안 쓴 것은 채 300만 원이 되지 않았다. 마음 놓고 돈을 써 본 경험이 없는데다 이 돈을 어떻게 쓸까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하느라 돈을 소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는 여배우들을 불러내서 회도 먹고 낙지도 먹고 보쌈도 먹고 카페에도 가고 영화관에도 가고 그랬지만 그런다고 돈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복권 1등에 당첨되기 전까지만 해도 300만 원이면 월세 내고도 4개월은 살아가는 인간이었다. 동네 식당에서 6천원짜리 비빔밥 하나 j먹는데도 머릿속에서는 온갖 번뇌가 일어났고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는데도 손을 떨어댔던 것이었다. 물론 커피를 시키며 적립카드에 도장을 받아 놓는 것은 기본이었다. 집에서 는 주로 라면을 끓여 먹다 보니 모든 라면의 가격을 꿰뚫고 있었다. 마트와 일반 슈퍼와 편의점 가격이 각각 달랐는데 그 차액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유일한 낙이 라면신제품이 나왔을 대 그 새로운 맛을 음미하는 것이었다. 그랬던 위인이 12억 5천만 원이 든 통장을 갖고 있으니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쓰지 않아도 쓰고 있는 것과 똑같은 만족감을 느끼곤 하였다.
그러던 차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를 만나게 되었고 그녀를 위해 상당한 금액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 빼어난 미모와 뇌쇄적 육체와 사람의 간을 녹이는 화사한 미소는 존재하는 것 중 최상급이었고, 그것들을 옆에 둘 수만 있다면 약 오천만 원 정도는 써도 상관없다는 과감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은 현금 100만원 외에도 고급백화점에 가서 상품권 100만 원 어치를 샀다. 원래는 300만 원 어치를 사려고 했으나 사는 도중 생각이 바뀌었다. 300만 원은 뇌물이 성격이 짙었고 그녀를 상품권으로 사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굶주린 여인은 10만원 상품권 한 장에도 침이 나오는 법이었다. 무종의 경우 길에서 오찬 원을 주웠을 때도 울고 싶었던 것이다.
무종은 백화점을 나와 유명 브랜드의 커피숍에서 평소 즐기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상품권 봉투 안에 다음과 같이 작성한 메모지를 넣어두었다. ‘이걸로 뭘 사든 그것은 나의 기쁨입니다’ 이러한 명언은 책에나 나오는 것으로 상품권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해놓고 오후 한 나절 커피숍에서 조만간 성사될 그녀와의 밀월여행을 꿈꾸고 있자니 감정상태는 물론이고 신체적으로도 적잖이 고조되었다.. 김은 열기를 좀 식혀야 겠다고 생각하고 화장실부터 방문하게 되었다. 그러다 오줌을 누다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