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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 해서 어디에 쓰게
복권에 당첨되었으나 그 사실을 숨기고 있는 영화감독 김은,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가 밤도 늦고 이만 집에 가겠다고 하자
치근대지 않고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하고 신사답게 말했다.
장화자는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론 섭섭한 면이 없지 않았다.
좀 치근대면 어떤가. 푼수처럼 매달리다가 거절을 당하고 울상을 지으며 돌아서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자가 들이댈땐 들이대야지. 쿨 해서 어디에 쓰게.
그러나 그녀는 사내가 앞으로 그녀에 대한 갈망만큼 인내의 시간을 가진다면
과정은 쓰지만 그 열매는 달지 않겠는냐는 격려를 또한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장화자는 카페 밖에서 김과 바이바이를 하였는데 돌아서는 사내의 쓸쓸한 등을 바라보자
모든 걸 떠나 애처로운 마음과 동정심이 물밀 듯 밀려왔다.
당장이라도 뛰어가 그를 뒤에서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 추후의 과정도 허락하고 싶었지만,
그건 아니다. 사내란 괴로울 땐 괴로워 해야 하고 몸부림칠 땐 몸부림쳐야 하고
기다려야 할 땐 기다려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
여인들도 그러하지 않는가. 기다리고 속으로 울고 괴로움을 견디고 인내할 때 하나의 행복이라도 찾아오지 않겠는가.
여인이란 어떠한 존재인지 규정지을 수 없지만 견디는 면에 있어선
사내보다 강한 면이 있고 사내를 위해 희생하는 면 또한 크다고 봐야 했다
사내들이 자신의 사소한 괴로움을 떠들어대며 술 퍼먹으며 천지사방 돌아다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하겠다.
아무튼 장화자는 인내보다는 오늘의 즐거움을 생각하는 현대여성이었고 그 중에서도 첨단을 달리고 있다고 자처하고 있는 바.
김이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고뇌하며 자신을 방치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밀당도 한계가 있는 바, 적당한 시점에 여인을 고독에서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늘에서 진창에서 끌어내 빛의 나라로 행복의 나라로 함께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냐는 것이 장화자의 생각이었다.
그때까진 이 왜소하지만 돈은 좀 있어보이는 사내에게 갈망의 시간을 좀더 부여할 작정이었다 .
장화자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물오른 미모와 화혀한 몸매 그리고 관계를 가질 시 중요한 시점에서의 발군의 능력을.
그걸 김에게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