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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력이 무엇일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데이트가 마감되고 김 감독은 장화자를 배웅하였다. 멀어져 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오늘 밤 내내 품었던 그녀의 신체에 대한 갈망보다는 어떤 아련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수입도 변변찮은 그녀가 혼자 아이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데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걸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동정심이 크게 일어났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물질적인 도움을 좀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복권 1등에 당첨되었으나 그 사실을 숨기고 왕년의 영화배우 장화자를 만나고 있는 영화감독 김은 장화자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걸로 자신하고, 그러한 호감을 주게 된 자신의 매력이 뭘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어리숙하고 왜소한 사내가 뒷돈이 좀 있는 것 같다고, 그 돈의 규모와 정체를 알아내 자신의 호주머니로 상당액을 이전시켜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장화자의 속을 읽었다면, 감독은 크게 놀라기는 하겠지만 잠시 숙고 후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았다. 없이 사는 여인의 속내가 오죽 하겠는가 하는 동정심과 함께 이 여인을 물질적 세계에서 정신적 세계로, 순순한 사랑의 황홀경으로 끌어올려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기 십상일 것이었다. 감독은 그러한 위인이었다.
물론 아직은 감독은 그녀가 오직 자신 하나만 보고, 즉 인간미나 감독으로서의 예술적 재능이나 또는 장래성 등을 보고 관심을 가진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여인에게 정신적 만족뿐 아니라 육체적 욕구도 채워주고 또한 물질로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들도 부여하는 건 본인으로서는 어렵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돌아가는 길에 택시를 잡기도 전에 그녀의 문자가 도착했다.
‘김 감독님, 오늘 고마웠어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감독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오늘 즐거웠어요’ 하는 문구 하나 정도는 더 넣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면서도 출중한 미모에 뇌쇄적인 몸매의 여인이 자신의 신체적 우월감은 잊고 고맙다는 말을 해 왔고 또 조심해서 가시라는 염려까지 한 것이다.
‘그럼 연락 주세요’ 라든가 ‘다음에 또 봐요’ 같은 말이 끝에 붙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달콤한 살냄새가 묻어 있는 그녀의 말을 되새기며 밤새도록 잠들지 않기엔 충분할 것이었다. “오 나의 사랑스런 여인이여!” 밤거리에 우뚝 서서 감독은 이렇게 외쳤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