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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는 최근에 작업을 걸어온 영화감독 김과 개인적인 차원에서 영화관에 가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함께 보며 깊은 감동을 받고, 옆자리의 감독과의 친밀감이 급속도로 상승하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다. 김은 물론 특별히 볼 만한 액션도 없고 긴박한 순간도 없으며, 사소한 감정에 사로잡혀 울고 웃는 여배우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으나, 이것이 20대에서 40대 전세계 여자들을 주타킷으로 잡고 철저히 상업적인 계산 하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 주목하고 그러려니 하고 보고 있었다.
영화의 내용이야 어떻든 인생의 이 시점에서 지금 감독이 주타킷으로 삼고 있는 오직 한 사람 장화자가, 영화가 상영되는 1시간 40여 분간 어디 가지도 않고 팔을 자신의 팔에 떼었다 붙였다 하며 부단히 신체적인 접촉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선 만족하고자 했다. 그러니까 남녀가 영화관에 갈 때는 정서적인 교류 외에도 이렇게 신체의 가벼운 접촉이 무시로 일어난다는 것을 감안하고 또는 은근히 기대하면서 가는 것이어서 이런 접촉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면 둘 중 한 사람 또는 둘 다 크게 실망하기 마련인 것이다. 물론 영화 보는 도중에 은근히 손을 잡는다거나 하는 행위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여자에게는 사건으로 다가와 심적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어깨를 감싸 안는다거나 무릎에 손을 얹는 행위는 친밀도가 어느 정도 진전된 경우 외에는 상당한 저항과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 중에는 여자가 먼저 남자의 손을 잡는다거나 무릎에 손을 얹는 경우가 잇는데 이럴 경우 남자들은 매우 흐뭇해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어떤 신호로 받아들여 다음 단계로 진입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지금 뇌쇄적인 몸매의 장화자가 다소 빈약한 감독의 신체와 주로 팔 부문에서 가벼운 접촉이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고 어쩜 그 사실도 모른 채 영화에 전념하고 있는 것인데, 감독은 이 허황한 로맨틱 코미디가 그녀의 이성을 잃게 해 결과적으로 앞으로 매우 개방적인 자세로 그에게 임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돌아가는 내용을 보니 바야흐로 영화가 끝나가려 하고 있었다. 어디론가 떠나려는 남자 배우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어디론가 달려가는 데 그곳엔 여주인공이 외로운 모습으로 서성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둘이 곧 포옹을 하며 진정한 사랑을 깨달았다는 의미의 대사가 곧 남자 입에서 나오려는 것 같았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