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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영화감독 김이 왕년의 여배우 장화자와 저녁 식사와 산책, 커피 타임, 그리고 로맨틱 멜러물 영화 한편을 감상한 후 감정적으로 매우 고조된 상태에서 장화자의 집 앞 카페로 가 오늘의 데이트를 차분히 마무리 지으려는 찰나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가 든 지갑을 분실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는바, 장화자의 현명한 조언에 힘입어 김이 카드 분실신고를 하고 그 사이에 도둑 결제된 금액이 27만원에 달한다는 카드 상담원의 급박한 통보를 듣고도 침착하게 앞으로의 사용을 제한해달라는 말을 남기는 것을 보고 장화자는 이 사내가 만만치 않은 뒷돈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짐작하게 되었다. 이러한 반가운 일에 대해 장화자는 앞으로의 자신의 미래가 상당히 밝다는 전망을 아니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사내의 돈 중 일정 부분은 자신에게로 흘러들어와 한 여인의 삶을 기름지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에 장화자는 한껏 고양된 속내를 감추고 예술과 문화 전반에 대해 중구난방 의견을 표출함으로써 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물론 여배우가 문화에 대한 식견을 갖춘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자신 또한 열띤 토론의 장으로 들어가 장화자와 함께 이 나라의 문화정책과 국민들의 부박한 문화 소양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오늘의 만남이 문화보다는 남과 여 즉 개인사적인 면으로 흘러가 가능하면 신체적 교류까지 바라고 있었던바 이야기가 다른 방형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내심 경계하고 있었다. 해서 이쯤에서 가볍게 하품을 한번 함으로써 보다 실제적이고 실현가능한 영역으로 진입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허나 감히 하품은 하지 못하고 몸을 살짝 비틈으로써 작금의 대화가 다소 부담스럽다는 점을 알렸다.
장화자는 일단 자신이 금전적인 면보다는 보다 고상한 면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시켰다고 보고, 그러나 오늘 당장 신체의 일부분을 허용하는 건 전략상으로도 좋지 않다고 보고 그렇다면 그만 오늘의 만남을 마무리단계로 접어들게 하자는 표정을 선보였다. 이 시점에서 김은 도대체 오늘의 성과는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애가 타면 탈수록 돌아오는 보답은 보다 달콤하고 충족감이 크다는 걸 생각하고 지긋이 어떠한 욕구를 억눌렀다. 장화자는 이 사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우월한 미모와 뇌쇄적인 몸매가 상대에게 어떠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지 잘 알고 있는 바 이 사내가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길로 친절한 안내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