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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여배우 장화자가 욕실에서 수 건 두 장을 이용해 몸을 정갈히 하고 그 몸에 대형수건을 감고 룸으로 돌아오자, 자칭 사업가인 강호영은 잠시나마 그 수건이 되어 그녀를 상 중 하로 골고루 느끼고 싶었다. 그런 다음 사랑이라는 걸 본격적으로 좀 나눠보고 싶었다. 좀 전에 당나귀 형님께서 전화해 내일 경마장에서 보자고 하였는바, 욕구를 충분히 해소해 몸의 긴장을 푼 다음 명징한 정신으로 경주마를 잘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말이란 게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고 말을 잘 다룬 나라가 영토를 확장하고 세계를 정복한 걸 생각해보면, 한 사람의 인생도 말과 함께 흥망성쇠의 길을 갈 수도 있을 터, 단지 돈을 걸고 잃고 따는 차원이 아니라 말의 에너지를 흡수해 삶을 경신해볼 수도 있다는 철학적인 생각을 요즘 부쩍 자주 하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그러한 에너지를 말에 이어 여자에게서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여자란 존재는 매우 따뜻한 성질의 것으로 끈기와 지속성 면에 있어서도 말 못지않았다. 물론 말처럼 빠르게 멀리 달리지는 못하더라도 남자만 있으면 가만히 누워서도 천리를 가는 존재였던 것이다. 즉 누워서도 감각의 여행을 가고, 홈쇼핑을 보면서도 세상 이치를 꿰뚫고, 배 터지게 먹고 수다를 떨면서도 세상의 정보를 모두 캐치해 생활에 활용하는 존재로서, 어떤 뛰어난 남자도 그런 면에서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여자보다 뒤쳐진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여자가 거기다 탁월한 육체를 무기로 사내를 상대할 땐 사내는 저항할 힘을 잃고 마는 법이다. 기꺼이 그녀의 리듬에 화합함으로써 기를 받아 자신의 신체를 활성화시키는 게 현명할 터이다.
장화자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것으로 강호영은 그녀가 수건을 발치에 흘러내리는 순간을 꿈꾸며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화자로부터 ‘뭘 그리 뚫어져라 보냐’고 한 마디 들었으나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을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섭섭한 것이었다.
강호영은 순간적으로 텔레비전 축구경기로 시선을 돌렸으나, 이미 거기가 반응을 보였고 그것이 굳게 지속되는 상황이라 축구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공이야 만날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굴러다니는 거고, 지금 장화자는 그 자신이 공격수고 수비수고 미드필더이고 골키퍼이기도 해서 축구장 전체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늘 멋진 경기 후회 없는 경기 한 판을 해보는 것이 더 이상 꿈이 아니었다. 강호영은 장화자가 무심코 머리를 쓸어 올리는 모습에서 형언할 수 없는 교태를 보았다. 그것이 교태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강호영은 그렇게 생각하였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