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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자와 강호영의 경우는 또 달랐다. 뇌쇄적인 몸매의 유부녀와 바람둥이 총각의 만남이자 성숙한 남녀로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거였다. 이에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걸었고 강호영이 저 멀리서 빛나고 있는 모텔 불빛을 북두칠성인양 올려다보며 무슨 까닭인지 감회에 젖은 표정을 한 것인데, 그것은 실로 장화자와 밤을 보내는 것이 1년도 더 되었다는 사실에 자책감과 함께 죄책감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유부녀가 그 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전화 한 통만 줬어도 오늘처럼 달려와 참치에 이렇게 모텔까지 에스코트 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장화자는 강호영처럼 가슴 아파 하지는 않았다. 총각이 그동안 얼마나 서러웠겠나 하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분탕질을 하고 돌아다니는 그림이 안 봐도 잘 떠올랐다. 사실 흔히 여자에 대해서 말할 때 한 달에 두 번만 남자를 만나도 아예 남자맛을 단단히 보려 작정한 년이구나 하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남자의 경우 조석으로 여자를 바꾸고 돌아다녀도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하라거나 돈 너무 많이 쓸 거 없다. 써봐야 끝이 없으니 조심하라는 충고나 받는 것이니 이런 남자들을 여자가 동정하거나 위로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장화자는 강호영이 모텔 쪽을 너무 오래 쳐다보고 있어 정신 차리라고 엉덩이를 한 대 툭 쳤다. 이에 정신을 차린 강호영이 장화자를 돌아보며 이렇게 물었다. “혹시 만 원권 좀 있어?” 현금출납기에서 찾으면 되지 만 원 권 있냐고 물어오다니. 장화자는 말없이 백에서 만원 권 다섯 장을 꺼내 녀석의 주머니에 찔러 주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