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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자와 강호영은 논현동의 사우나를 동시 입장해 각자 여탕과 남탕에서 사우나를 하고 휴게실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워낙 뇌쇄적인 몸매의 장화자이지만 그 몸매가 옷을 걸치지 않았을 때의 광경은 사우나의 여인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녀가 왕년의 여배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여인들은 아무도 없었으니, 조연 배우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기는 그만큼 힘들다는 반증이었다. 해서 처음엔 어디서 본 것 같다고만 사람들이 해 줘도 눈물이 핑 돌려 했던 그녀였지만 세월이 지나자 그런 소리도 사라졌고 그저 몸매가 뇌쇄적인 한 여인으로서만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여인이 돈이나 많았으면 하는 것이 그녀의 소원이었다. 해서 일전에 만난 김 감독이란 자의 등장이 반가웠고 그에게서 뽑아낼 돈이 만만치 않음을 기대하며 그 와중에 몸이나 좀 풀어볼까 하고 30대 초반의 역시 조연배우 출신의 그러나 지금은 무슨 사업을 문어발처럼 펼치고 있다는 강호영을 만나 참치에 저녁을 곁들인 후 피부 단련차 사우나로 입장했던 것이다.
한편 강호영은 진작 사우나에서 나와 온 몸의 털을 말리며 자신의 상체근육의 발달상황을 눈으로 점검하고 상체에 비해 다소 부실해 보이는 하체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휴게실에는 팬티는 입고 상체만 벗고 있는 놈, 드물게는 상의는 입고 하체는 벗고 있는 놈도 있었고 상하 전신 탈의 또는 상하 사우나복 착용인 자들이 남성전용 휴게실에서 텔레비전의 야구를 보거나 불알을 드러낸 채로 한 쪽 무릎을 세우고 발톱을 깎거나 일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강호영은 이제 곧 남녀공용 휴게실로 가 목욕 후의 그녀를 만날 생각을 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파람은 주로 청년이 부는 것으로 여유와 멋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해 강호영은 수시로 휘파람을 불어댔다. 휘파람을 다소 천박하다고 하는 여자들도 있지만 실은 그런 여자들의 취향이 매우 도전전이고 도발적이었던 걸 기억하며 여인은 그 속을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었다. 오늘 장화자와 식혜 한 잔 마시고 잠시 서로 희롱한 다음 그 다음 단계로 가야 할 곳을 그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다음 내일 오전 그녀와 해장국을 하나 때리고 경마장으로 출근하면 될 것이었다. 주 후반으로 갈수록 말이 그리워지는 건 어절 수 없었다. 어떤 애인이 경주마처럼 가슴을 설레게 하는가. 참 물리지도 않는구나. 강호영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그 자신 경주마가 되어 이 머리를 세차게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