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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프리미엄
왕년의 영화배우 장화자는, 영화감독 김과 그 외양이 뉴욕이나 파리나 도쿄의 것들과 결코 다르지 않는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복권 탄 돈을 숨기고 있는 감독이 돈냄새를 이미 풍기고 있어, 장화자는 그 돈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여차하면 좀 나눠 쓰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돈이란 바로 얘기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고 사전 정지작업이 있어야 했다. 또한 자신의 매력을 한껏 풍기며 몸값을 올려가며, 남자가 이 여자에겐 돈을 써도 단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게 하는 게 중요했다.
“사실 이제는 해외도 그다지 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그래도 프라하는 한 번 더 가고 싶어요.” 감독은 그녀가 해외여행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그녀를 만족시키려면 보통 코스로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프라하도 이미 가 본 곳이라 하니 특별한 계획을 잡아야 할 것이었다. 명색이 영화감독인데 해외로케 한 번 못해 본 자신을 돌아보며, 그러나 이 대목에서 국내용 남자로 한정 될 수만은 없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고 보니 제가 프라하를 빼놨네요.” 마치 지구를 한바퀴 돌다가 프라하를 깜박 잊고 못 가본 것처럼 감독은 말했다. “언제 누가 안내를 한 번 하주면 좋겠는데... ” “안내를요?” “네. 뭐 비용은 내가 댄다 하더라도.” “단체 여행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이드를 원한다 그 말인가요?” “가이드라기보다 ... 동행일 수도 있고.” 여기서 넌지시 장화자를 보자, 장화자는 “어디 한 번 추천해 볼게요.”하고 재치있게 빠져나갔다. 이른바 몸값 올리기 작전인 것이다.
그러나 가이드로 자기 자신을 추천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일단 얘기는 진행된 것이었다. 그녀와 프라하에 간다면 감독은 거기서 현지 촬영기사를 고용해 신을 몇 개 찍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걸 갖고 와 편집하면 되는 것이다. 비싼 돈 들여 해외로 나가는데 소득 없이 돌아올 수야 없지 않은가. 물론 밤마다 그녀를 탐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여행의 프리미엄이라는 게 있는데, 그런 곳에서는 여자의 마음과 몸이 5센치는 더 열리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당장 오늘은 어떡하나. 카페의 시간은 말 그대로 카페의 시간이고, 분위기만 있지 남자가 생각하는 소득은 별로 없지 않은가. 영리한 장화자는 이쯤에서 남자가 뭘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원하는 걸 한 번에 줄 생각은 없었다. 지갑이 열리는 걸 봐가며 그 금액에 따라 단계적으로 주어야 하는 것이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