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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몰의 시작 #30] 이전이 그립진 않았다. 진아까지도
무엇을 찾을 필요도, 가질 필요도 없었다. 돈 많은 여자가 있으면 섹스에 먹을 걱정, 잘 걱정을 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지팡이와 전대, 돈 몇 푼 챙기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 의미를 알자 눈이 밝아졌다. 여자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되니까.
“하오나 너무나 가여운 이 몸은 젊은 시절, 청년기가 시작될 때부터 당신에게 순결을 빌면서 이렇게 아뢰었나이다. 나에게 순결과 절제를 허락하옵소서! 하오나 지금은 마옵소서! -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us)


숙희에 대해 새로 알게 된 몇 가지가 있다. 빌딩 1층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내려갈 때면 경비나 식당 사장들이 인사를 곧잘 하는 것이다. 숙희에게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중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경비에게 물어보니 이 빌딩의 ‘젊은 회장님’이라 했다. 물론 아버지 것이겠지만 말이다. 내가 가져간 돈에 대해서도 눈치를 챘는지 그날 이후로 숙희 지갑을 본 일은 없었다. 대신 수시로 돈을 주고 필요한 여러 가지를 사줬다.
“갖고 싶은 거 뭐 없어?”
딱히 그런 게 없을 줄 알았다. 옷도, 신발도 이미 넘치게 샀다. 전부 비싼 것들뿐이었다. 모토롤라사의 검은색 플립형 핸드폰도 샀다. 한번은 대형서점에 가서 보고 싶은 책을 무작정 골라 200만 원어치를 사기도 했다. 덕분에 책장까지 사서 거실 한 칸을 가득 메웠다. 어느 날엔가 나는 오토바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숙희에게 전했다. 다음날 숙희는 할리 데이비드슨의 신형 모델인 은색의 ‘Dyna Wide Glide’를 사 와서 나를 놀라게 했다. 가죽 헬멧과 바이크 전용 필드 부츠, 티탄 글러브, 재킷, 고글 등까지도 전부 풀세트로 맞췄다. 사이드백도 샀고 반사 스티커와 바이크 맥스도 달았다. IMF의 구제금융이 시작된 때라 달러가 거의 두 배에 육박했는데 1만500달러짜리 이 오토바이는 한화로 2,000만 원 가까이 되는 금액이었다. 그 돈까지도 기꺼이 지불한 숙희는 비록 오토바이를 싫어한다고 했지만, 나는 오후 내내 책을 읽다가 저녁이나 새벽이 되면 오토바이를 탔다.
이번에는 숙희가 원해서 팔목에 서로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겼다. 추가로 나는 왼쪽 어깨에 ‘제3의 눈’이라 불리는 호루스의 눈을 새겼다. 오른쪽 귀에는 피어싱을 하고 작은 은색 링을 달았다.
숙희가 나를 좋아하는 건 분명했지만, 그 방식이 이상했다. 더 순수할 수 없다 해도 너무 어른스러웠다. 언제까지 이 관계가 지속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설마 어리석게도 결혼을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만, 숙희는 의외로 순진하고 진지한 면이 있었다.
우리 넷은 -가끔 셋이거나 둘이 되기도 했지만- 주말이면 여행도 다녔다. 미진이는 나 대신 미루를 키우겠다고 데려갔다. 신설동 자취방도 모두 정리했다. 짐이라고는 옷가지 몇 벌과 책들뿐이었다. 진아가 샀던 가구와 주방기구 그리고 진아의 짐 모두 새로 이사 온 사람들에게 줬다. 무엇을 찾을 필요도, 가질 필요도 없었다. 돈 많은 여자가 있으면 섹스에 먹을 걱정, 잘 걱정을 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지팡이와 전대, 돈 몇 푼 챙기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 의미를 알자 눈이 밝아졌다. 여자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되니까. 이제 나는 숙희를 구슬리는 데 도통했다.
일은 다시 나갔다. 근 한 달 만이었다. 오후가 되면 숙희도 밖에 나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 잦아졌다. 겨울도 깊어져서 장사가 한창 잘 되는 때였다. 요한 형과 간담의 재촉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웨이터에서 선수로 보직을 바꿨다.
민희는 나를 반겼지만 내가 선수로 뛰자 차츰 나를 멀리했다. 홍균 형은 업소로 거의 오질 않았고 연락도 잘 되지 않았다. 숙희 반대도 있었지만, 난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는 일을 뛰었고 인기도 좋았다. 숙희와 사는 것은 비밀이었다.
단속이 있다거나 예약이 없어 일을 쉬는 날에는 용욱과 재형이, 혹은 철완이나 홍도와 어울려 다니며 즐거운 짓거리들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업소 근처 피시방에 모여 스타크래프트를 하다가 철완이가 차를 가지고 나타나면 우르르 그 차에 몰려 탔다. 업소 명함을 들고 다니며 홍보차 강남 거리를 배회하며 새벽 늦은 시간에 다니는 술 취한 여자들을 대상으로 퍽치기도 했다. 우리는 여자들을 하찮게 여기며 복수했다. 어떤 여자의 가방엔 콘돔이 가득했다. 지갑에 학생증이 있어서 보니 소위 명문대를 다니는 졸업반 여자였다. 가방에 있던 핸드폰으로 여자가 연락해서 다시 만나 시외 모텔로 끌고 가 윤간했다. 철완이가 먼저 저지른 일이었지만, 누구도 그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에 우리는 그 일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여자는 우리 모두를 원하는 것 같았다. 울고불고 떼를 쓰면서도 끝까지 우리들의 성기를 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녹초가 된 그 여자의 몸에 우리 모두의 정액을 뿌리고 도망쳤다. 물론 신고된 것은 없었을 것이다.
길가에 주차된 고급 차 안에서 키스하는 연인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그 앞에 차를 대놓고 그네들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쌍욕을 해댔다. 당황한 남자는 우리에게 손가락질했다. 그 손가락질 하나에 열 받은 우리는 그 차를 부수고 도망쳤다. 물론 신고된 것은 있었을 것이다.
한번은 저녁으로 보쌈에 소주 몇 병을 시켜 먹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 혼자 남고 나머진 화장실을 간다느니 담배를 피운다느니 하면서 식당 밖으로 나왔다. 그때 진 사람이 용욱이었는데, 이 자식이 눈치도 없이 아니면 일부러인지 우리가 나간 뒤 10초 후에 무작정 튀어서 우리도 미친 듯이 달려야 했다. 뒤에서는 식당 주인의 고함과 경찰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신고했었어도 별 소용은 없었을 것이다.
철완이의 차는 검은색 구형 그랜저였는데 트렁크에는 이미 훔쳐놓은 번호판이 여러 개 있었다.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가기 전에 골목길에서 번호판을 바꾼다. 주유소에 도착해서 기름을 만땅으로 시키고, 계기판에 기름이 다 차기 시작하면 우리 모두는 안전띠를 매거나 차 내부의 어딘가를 꽉 잡아야 했다. 주유구에서 호스를 뺀 뒤 뚜껑을 닫고 알바생이 “5만원입니다”라고 말하면 차는 냅다 달린다. 알바생이 소리 지르며 뒤쫓아 오지만 도로를 넘지는 못한다. 우리는 바로 다음 골목에 차를 숨겨 놓고 30분이 지나서야 이동한다. 물론 신고가 있었어도 별 소용은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일에 대해 우리 모두의 운은 매우 좋은 편이라서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그 흔한 경찰들도 우리를 피해 다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서로는 서로를 알았다.
모든 일을 마치고 아침에 집에 들어가면 숙희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잠을 안 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술과 피곤에 쩔은 내게 숙희는 친절하게 약을 투여하고는 자신의 팔에도 주사를 놓고 다시 누웠다. 그 일과는 계속 반복됐다. 물론 어느 날은 놀러 온 미진이와 나영이까지도 함께. 언제부턴가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남자 냄새가 났다. 그러자 다시 모든 것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전이 그립진 않았다. 진아까지도.<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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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판 일 : 2017.12.26 ⓒ K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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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음   글 [일몰의 시작 #31] 그날 아침 해는 뜨지 않았다
이   전   글 [일몰의 시작 #29] 즐거운 일은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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