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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VS 꾼 - 제1화 "중독" (10)

"모조리 다 중독이여. 중독…."
김달오는 경마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모두들 반발을 하면서도 내심으로는 경마가 중독이라는 것을 자인하고 있었다.
왜 하필 이 순간에 김달오의 말이 생각났을까? 홍성만은 두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채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는 담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랬다. 담배 때문이었다. 그 무의식의 깊은 수렁 속에서의 무수한 발길질을 견뎌낸 후 깨어나 담배를 피웠을 때의 평온함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담배도 중독이라는 거야."
금연을 선언했다가 실패할 때마다 오수연이 입을 삐죽이며 한 말이었다.
"하여간 안 좋은 건 다 해요. 하긴 당신이 뭐 약속하거나 다짐했던 걸 지켜본 게 하나라도 있었어?"
홍성만은 그렇게 이죽거리는 오수연을 그저 멀뚱히 바라만 볼뿐 달리 변명을 할 염치도 없었다. 벌써 몇 번째 호언하고 다짐했던 금연 선언을 깨트렸으니 스스로도 정말 자신의 인내심이나 끈기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라고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결코 담배가 멋과 낭만의 상징이 될 수 없었다. 담배는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의 건강까지도 해치는 것으로 간주되어 차츰 흡연자들은 설 땅을 잃고 홀대받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흡연실을 만들거나 흡연 장소를 따로 지정해 두었던 건물들까지도 이제는 아예 금연 빌딩을 선언하고 흡연자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흡연자들은 모두 중독자로 인식되고 있었다.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줄 거라고 하시며 성인이 되던 날 처음으로 아버지가 권해주셨던 담배는 이제 흡연 중독자들만의 기호품으로밖에 취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홍성만은 다시 길게 담배를 빨아들이고는 반쯤 탄 담배를 비벼 껐다. 하루 전투의 패배감과 술자리와 컴퓨터와의 씨름과 담배와 무의식 속의 깊은 수렁 탓에 피로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홍성만은 비틀거리며 침실로 걸어가서 그대로 쓰러졌다.

"그래서 그 김 아무개 예상 전문가한테서 답글이 떴등교?"
홍성만의 얘기를 듣던 조용철이 묻는다. 홍성만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 사람이 뭐 답답해서 답글을 남기겄어? 자기 예상이 싫으먼 따라서 안 허먼 될 거 아니냐는 심산일 틴디?"
이장수가 심통스런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보이까네 음성 정보다 현장 속보다 잘 맞히지도 못하는 놈들이 벌리기만 잔뜩 벌려놓고 택도 없는 뻥만 잘 안 치등교? 어디 경마 예상 전문가가 지하나 뿐잉교? 인자 홍교수도 그 사람한테서 미련 버리소."
조용철이 괜스레 흥분해서 들뜬 목소리를 낸다. 홍성만은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닌 미소를 지어 보인다.
"2경주 공부들 안 할 꺼요?"
백치수가 1경주의 고 배당을 놓친 아쉬움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거친 손놀림으로 예상지를 뒤적이며 퇴박을 놓는다.
"자네사 공부가 뭔 필요 있어? 다 쏘스 받아 놨을 틴디."
흘낏 곁눈질로 백치수를 흘겨보던 김달오가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어깃장을 놓는다.
"와따! 초장부터 왜 남의 속을 팍팍 긁어 쌌소?"
백치수가 발끈하자 김달오가 그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한 마디 보탠다.
"들어올 말들 엊저녁부터 다 짜져 있었담서?"
"관둡시다 관둬!"
백치수가 약이 잔뜩 오른 표정으로 다시 뭐라고 대꾸를 하려다가 손 사레를 치고 한 마디 던지고는 투덜대며 펼쳐놓았던 예상지를 말아 쥔다.
"어디 가능교?"
조용철이 백치수에게 묻는다.
"4층 올라 갈라요."
백치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출입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왜? 쏘스 받을라고?"
김달오가 다시 비아냥거리는 투로 묻는데도 백치수는 대꾸도 않고 출입구 밖으로 나가버리자 조용철이 황급히 출입구 쪽으로 가서 벌써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백치수의 뒤에다 소리를 지른다.
"좋은 거 있으먼 혼자만 묵지 말고 내려와서 얘기하소. 알았능교?"
조용철이 다시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김달오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차 보인다.
"참말로 중독들이다. 중독…. 보통 중독이 아닌겨. 경마 허는 것만으로도 모잘라서 쏘스까지 쫓아다니냐?"
"행님은 또 중독 타령잉교? 그라는 행님은 와 경마장 오요?"
조용철이 다시 발끈하는데 홍성만이 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래요. 경마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중독잡니다. 일주일의 하루하루를 지난 경마일의 베팅에 대한 후회와 미련과 다가오는 경마일에 대한 희망으로 보내고, 그런 후회와 미련과 희망이 반복되는 날들을 살아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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