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수는 다시 “몇 시간만 함께 해보면 그 사람이 뭘 오픈시켜놓을 건지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했다. 종원은 그제야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정교수는 다시 담배를 빨아들였다. 가뜩이나 움푹 팬 두 볼이 빨려 들어갔다. “박형이 내 실력을 너무 얕게 보시는 것 같아 한번 맛을 보여드린 겁니다.” 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종원도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참! 경마... 하신다면서요?” 정교수가 창 쪽에 기댔던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가끔요...” 종원이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정보가지고 하십니까?” 정교수가 종원을 지나쳐 다시 방 쪽으로 걸으며 물었다. “글쎄요. 그냥 뭐...” 종원이 어깨를 으쓱하며 정교수의 뒤를 따랐다. 정교수는 방으로 들어가려다 멈춰 서서 “언제 한번 시간 내주시겠습니까?” 하고 돌아보며 웃었다. “그러시죠.” “이번 주말 어떻겠습니까?” “글쎄요...” “박형... 경마실력 대단하시다면서요?” 정교수가 다시 웃어보였다. “경마에 실력이 어딨습니까?” 종원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정교수는 정색하듯 “모든 게임에는 운도 따라야겠지만 각자의 게임운영능력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박형은 경마도 잘하실 것 같아요.” 하고는 “한 번 시간 내 주시렵니까? 박형 도움이 필요해서요.” 했다. 그 말에 진심이 묻어있는 것 같았다. 종원은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흘 후 토요일, 정교수와 종원은 일산 장외지점에서 만났다. 종원이 봉주와 함께 8층 객장으로 들어서자 불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문 채 흡연실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던 정교수가 들어서는 둘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아직 11시가 채 안 돼서 인지 객장 안은 비교적 한산했고 첫 경주의 마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자리 마련해놨습니다.” 정교수는 둘을 모니터를 바라보기 좋은 자리로 안내했다. “정교수님 쏘스 경마허시요?” 봉주가 물었다. “아뇨.” 정교수가 대답했다. 봉주는 다시 “여그 8층서는 쏘스경마들 허든디...” 하고는 “맞대기 허는 친구들도 더러 있등만 오늘은 안보이네?”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교수가 “봉주씨는 여기 친구들도 많이 알고 있겠네요?” 하자 봉주는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고 지내는 후배들이 7층에 좀 있답디다. 근디 나는 하우스일을 보기는 혀도 당최 고스톱이다 카드다 깝깝시러워서 적성에 안 맞아 갖고 벨로 놀음잡기 겉은 걸 안 좋아 허다 보니께 갱마같은 것도 벨 취미 안 생깁디다. 어쩌다가 후배들 따라와서 시키는 대로 표사서 돈 쪼께 따도 결국엔 헤프게 다 없어져버리고 그랍디다?” 했다. 정교수가 씽긋 웃어보이며 “봉주씨 성격에 경마에 맛 들였더라면 시골집 논 밭 완전 거덜 났을 거요.” 하자 봉주는 다시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겄제라. 근디 나는 여태까지 건달생활 허먼서 사고도 치고 했지만 쪼맨치도 집에 돈 안 갔다 썼소.” 했다. 그때 정교수 곁으로 한 사내가 다가오더니 흘낏 종원과 봉주를 한번 보고는 고개를 숙여 정교수의 귀에 바싹대고 나직이 귓속말을 했다. 정교수는 고개를 끄덕여보였고 사내는 이내 정교수 곁을 떠났다. “첫 경주 쏘스가 들어왔네요.” 정교수는 종원을 보고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아! 네...” 종원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정교수는 다시 나직이 “경마를 해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쏘스 없이는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게 경마죠. 이곳에서 제가 수집할 수 있는 쏘스라는 것들은 대략 세 가지의 경로를 통한 세 가지 경우의 정보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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