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은 6경주의 순위확정이 되고 7경주의 배당이 오픈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장외지점을 빠져나왔다.
“역시 전 박형보다 한참 떨어지나 봅니다.”
정교수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말했다.
“10번의 쏘스는 그렇다하더라도 제가 기대했던 9번은 이번 경주에 승부도 못했습니다.”
하더니
“하긴 승부를 했더라도 될 경주가 아녔습니다. 어느 모로 분석을 해봐도 9번마는 4번이나 6번이나 2번이나 차라리 10번마와는 말의 능력이나 기수의 기승술이나 조교사의 승부의지에서도 승부말로 뽑아낼 말이 아니었습니다.”
했다. 종원은 씁쓸한 미소만 지어보였다. 정교수는 다시
“어쨌든 다시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하고는 종원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셋이 오상구의 하우스로 돌아오자 청년들과 소파에 앉아 장부를 체크하고 있던 오상구가 들어서는 셋을 힐끗 보고
“한 건 했어?”
하고 물었고 방안에 있던 청년들은 일제히 세 사람을 향해 허리를 꺾었다.
“잘 안되얐다요.”
봉주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쏘스 받을 거라더니?”
오상구가 다시 물었다. 봉주는 정교수 쪽을 힐끗 보며 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정교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상구는
“그러게 쏘스 같은 거 믿을 거 못된다고 했잖아?”
하며 다시 장부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마판이 쏘스대로 된다면야 돈 잃을 놈 어딨어? 마판에 목숨 거는 꾼 정도 되면 나름대로 쏘스받을 루트 있을 텐데 그 쏘스라는 게 어디 한두 군데서 나와야지?”
했다. 봉주가 히죽 웃어 보이며
“어따 형님도 경마쪼께 아시는 모양이요?”
하고 오상구 앞에 주저앉듯 앉았다. 오상구는 여전히 장부를 체크하며
“이 바닥 있는 놈치고 마판 안 기웃거려본 놈이 어딨냐?”
했다. 봉주가 다시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나는 한 번도 안 가봤소.”
하자 오상구는
“네놈이야 머리 쓰는 일에 취미 없으니까 그러지.”
했다. 봉주는 과장되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라게라우. 난 몸으로 땜빵 헐 일이라먼 물불 안 가리겄소만은 머리 쓰는 일에는 딱 질색이여갔고라우.”
하고는 괜스레 히죽 웃어보이고는 다시
“그란디 참 대단들 헙디다. 모다 예상진가 뭔가 들여다 보먼서 아예 목을 내놓습디다. 난 당체 뭐가 뭔지 알아보지도 못하겄등만”
했다. 소파 앞에 서서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망연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종원이
“세형이에게서 연락 없었어요?”               
하고 묻자 오상구는 그제서야 생각이 난듯 종원을 올려다보며
“참! 너 들어오는 대로 전화해달라고 했었다.”
했다. 종원은 전화기 있는 곳으로 가서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눌렀다. 한참 벨이 울리고 나서야 세형이 전화를 받았다.
“나다.”
종원의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세형은
“어디냐?”
하고 물었다. 종원이
“응. 상구형네 하우스다.”
하자 세형은
“바로 좀 와야겠다.”
했다. 종원이 불길한 느낌으로
“왜? 무슨 일 있어?”
하고 묻자 세형은 잠시 머뭇하는 듯 하고는
“규태형 형수한테...”
하더니
“아냐. 와! 오면 자세히 말해줄게.”
했다. 종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왜? 무슨 일인데?”
하고 다그치자 세형은 다시
“글쎄 전화로 말하려면 좀 복잡해. 와봐. 너한테 연락되는 대로 규태형 형수한테도 바로 연락한다고 했으니까.”
했다. 종원은 무슨 일이냐고 되물으려다가
“알았어. 지금 갈게.”
하고 수화기를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