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
|
| 팬 VS 꾼 - 제2화 "유혹" (7) |
"저 아래로 내려가서 봐도 돼?"
손영무가 예시장 아래쪽을 턱 끝으로 가리켰다.
"또 아래로 내려가자구?"
"이왕 베팅할 거면 말들을 한번 자세히 살펴보려구."
"여기서도 보이잖아?"
하더니 장길수는 이내 과장스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러자구. 그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길수와 손영무는 예시장의 제일 아래쪽 난간 바로 앞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예시장에서는 경주마들이 관리사들의 유도에 따라 저마다 여유 있는 걸음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손영무는 멀리서 보던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경주마들을 바라보았지만, 경주마들의 외형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까닭에 털빛깔이나 크기만 다를 뿐 특별히 차이가 나는 것을 느끼지는 못했다. 순간 손영무 앞으로 6번마가 재갈을 자근자근 씹어대며 고개를 꺼덕꺼덕하고 다가오고 있었다. 손영무는 6번마의 커다란 두 눈이 자기를 바라보며 눈인사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장형 저 말 어때?"
손영무가 6번마를 가리키며 물었다.
"6번?"
장길수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예상지를 한번 살펴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말은 안 될 텐데..."
"그래? 한번 사보고 싶은데?"
"그럼 한번 사봐. 사실 경마장에서 절대로 금기해야 할 것이 저 말은 안돼 하는 거거든? 왜냐하면 경마는 뛰어보기 전에는 결코 누구도 장담할 수도 없고 또 결과를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 때문이지. 한번 사봐. 혹시 알아? 저 말만 들어오면 999 터질 텐데 정말 999 터질지?"
"999?"
"그러니까..."
하며 장길수가 뭐라고 설명을 하다가 대뜸
"좌우간 배당이 죽인다는 거야."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보였다.
"그래? 그럼 이왕이면 저 말로 한번 사보지 뭐."
그사이 6번마는 손영무 조금 앞을 지나서 멈추어 섰다. 기수들이 일렬로 들어와 늘어서서 관중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각자 기승하기로 예정되어있던 말들에 올랐다. 손영무는 여전히 6번마를 지켜보고 있었다. 6번마도 관리원의 도움을 받으며 기수가 자신의 등에 오를 때까지 손영무를 바라보며 두 눈을 껌벅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순간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저 말하고 어느 말을 사야 돼?"
손영무가 6번마에서 눈길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까짓 거 어차피 6번을 살 거라면 6번 놓고 피아노 쳐버리지 뭐."
"피아노?"
"6번 놓고 피아노건반을 두드리듯 모든 말들을 다 산다는 거야."
"어떻게 하는 건데?"
손영무가 장길수가 건네준 마권구매표를 들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망설이자, 장길수는 손영무의 손에서 마권구매표를 다시 빼앗더니 6번과 ALL이라고 된 곳에 표기를 하고는
"여기 복승식에 체크를 하고 또 얼마를 베팅할 건지 체크를 하면 돼."
하면서 마권구매표를 다시 건네주었다.
"얼마씩 하지?"
"이십만원 있었다고 했었지?"
"응."
"그럼 나한테 십만원 빌려주고도 십만원 남으니까 만원씩 해버려. 모두 열한마리 뛰니까 딱 십만원이면 되겠네."
"십만원이나?"
하고 손영무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한 경주에 운을 걸어보는 거지 뭐. 혹시 알어? 복병마가 복병마를 부른다고 저 6번하고 똥말이 함께 들어와서 정말 999 터뜨려줄지? 자! 가자구!"
출전마들이 다시 경주로로 나서기 위해 하나씩 지하통로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장길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손영무도 엉거주춤 뒤따라 일어났다. 그러나 손영무의 눈길은 여전히 지하통로로 빠져 들어가는 6번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인다. 배당!"
장길수가 관람대 1층의 유리문 곁에 기대서서 배당판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그 표정 속에는 황당함과 약간의 비아냥거림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손영무는 느낄 수 있었다. 손영무는 장길수가 배당판을 보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던 대로 6번마를 따라서 눈길로 가로선을 그으며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았다. 945.2, 346.7, 1627, 1145... 강축이라며 머리말로 팔리고 있는 8번마와의 배당도 164배나 되었다.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