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좀 보여 줘!”

하고 마동식이 다시 거친 소리를 하자 나이든 경비는 더는 못 참겠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무리 입주자지만 이거 말씀하시는 너무...”

하는데 마동식은

“씨팔! 좆같은 소리 말고 녹화테잎이나 보여 달란 말야!”

하고 기어이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경비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굳어졌다. 마동식은 저 혼자 씩씩대며 거친 숨을 몰아 내쉬고는

“욕해서 미안한데...”

하며 애써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 윗주머니에서 경찰신분증을 꺼내 경비 앞에 내밀어 보이고는

“내 집이 털렸단 말야. 알아?”

했다. 나이든 경비는 그제야 굳어진 표정을 풀며

“기다려봐요. 과장님한테 연락할 테니.”

하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마동식은 다시 거친 숨을 몰아 내쉬고는 경비실을 나왔다. 얼마 되지 않아 방재실과장이 허겁지겁 달려와 안으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도둑이 들었다니?”

“나도 모르겠어요.”

열린 문틈으로 두 사람의 소리가 들려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밖에서 잔뜩 찌푸린 얼굴로 담배를 피워 물고 서있는 마동식을 바라보았다.

“몇 호시죠?”

과장이 조심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마동식은 여전히 찌푸린 얼굴로 담배꽁초를 바닥에 내던져 구둣발로 비벼 끄고는

“1538호요.”

하고는 다시 경찰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CC-TV녹화하죠?”

했다. 과장이

“예. 합니다만...”

하며 찝찝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마동식은

“정식으로 조사를 의뢰할까? 아니면 내선에서 해결할까?”

하고 고압적인 자세로 힘주어 말했다. 과장은

“그야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만...”

하면서도 경찰에 알려 소동을 피우는 것보다는 조용하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래주기를 바라는 눈치로

“테잎을 보여 드릴까요?”

하며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문 옆으로 비켜섰다. 마동식은

“어디 봅시다.”

하고 다시 방재실 안으로 들어갔다. 방재실 한구석에는 1,2,3층의 주차장 두 곳을 보여주는 6개의 화면과 정문 쪽과 후문 쪽의 엘리베이터 안을 보여주는 4개의 화면이 보여지고 있는 10개의 모니터가 있었다. 마동식은 흘낏 그 화면들을 바라보고는

“각층의 복도에는 달리 설치된 게 없소?”

했다. 과장은

“예. 각층은 아직...”

하고 말끝을 흐리고는 마동식 앞으로 철재의자를 가져다 놓으며

“여기 앉아서 차분히 살펴보시죠.”

했다. 마동식은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자신의 차가 주차되어 있음직한 곳이 화면에 보이지 않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왜 저기 오른쪽으로는 안 보이는 거요?”

하고 물었다. 과장은

“아! 예. 사실 주차장은 네 대 이상은 설치를 했어야 했는데 시공사가 좀 소홀하게 했나봅니다.”

하며 마치 자신의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비굴한미소를 지어보였다. 마동식은 여전히 찌푸린 얼굴로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켜가며 한 시간 남짓 10개의 모니터에 담겨있는 화면들을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보았던 화면을 다시 되돌려보았다. 그러나 종원의 모습은, 오피스텔을 출입하며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내린 수백의 사람들 중 하나처럼, 하우스가 있는 8층의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내렸던 것이 전부였으며, 조금 전 마지막으로 하우스가 있는 8층에서 봉주와 함께 타고 1층에 내릴 때까지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해보였다. 마동식은 철재의자를 뒤로 밀어내며 일어났다. 과장이 조심스레 마동식의 눈치를 살폈다. 마동식은 잠시 동안 정지시켜놓은 봉주와 종원의 모습이 담긴 엘리베이터 안의 모습이 찍힌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 특별히... 찾아낼 만한 게 없었습니까?”

조바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마동식의 뒤를 따르며 과장이 물었다.

“없어요.”

마동식은 신경질 가득한 어투로 대꾸를 하고 방재실을 나왔다.